[코펜하겐 뫈섬]
“미래의 에너지는 수평선 너머에 있지만, 언제나 바다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2] 바다의 시간: 크레이저 프락 (Kriegers Flak - 발트해)
이동: 포레스트 타워 → 차량 약 1시간 10분, 사진 촬영 5분
위치: 셀란드섬 남부 발트해, 덴마크–스웨덴–독일 사이
포인트: 북유럽 최대 규모의 해상 풍력 단지, 에너지 전환의 핵심 허브
여행팁: 크레이저 프락은 해상 구조물이라 직접 접근이 불가능. 스테게(stege) 인근 해안 또는 뫈스 클리프에서 관찰이 가능
포레스트 타워를 뒤로하고 남동쪽으로 이동하면 발트해(Baltic Sea)에 가까워진다. 발트해는 북유럽의 내해로, 덴마크를 비롯해 스웨덴, 핀란드, 독일, 폴란드, 러시아의 해안에 닿는다. 대서양과는 덴마크 해협을 통해 연결되며, 평균 수심은 약 55m로 얕은 편이다. 그 덕분에 빛이 해저 가까이까지 스며들고, 바다는 짙은 남색이 아닌 은회색의 투명함을 띤다.
발트해는 일반 해양보다 염도가 5분의 1 정도 수준으로 낮아 거대한 호수에 가깝다. 북쪽의 담수와 남쪽의 해수가 만나는 경계에는 플랑크톤과 담수 어류가 공존하고, 해조류는 짠물과 민물의 중간 농도에 적응했다. 이는 해양과 담수의 경계가 흐려지는 전이 생태계(ecotone)의 대표적 사례로, 발트해는 북유럽 해양 생태학 연구에서 중요한 기준 지점이 되는 장소다.
이 바다 한가운데, 인간이 만든 거대한 실험실이 존재한다. 바로 ‘크레이저 프락(Kriegers Flak)이다. 프락(Flak)은 덴마크어로 ‘바다 밑 암초지대’를 뜻하며, 이 이름은 해저 지형의 기원을 보여준다. 2021년 본격 가동을 시작한 이 해상 풍력 단지는 총 72기의 터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6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은 덴마크·스웨덴·독일의 전력망을 해저 케이블로 연결하는 유럽 에너지 순환의 핵심 허브이자, 북유럽 재생에너지 정책의 상징적 장소이기도 하다.
풍력 터빈의 회전축은 시속 30~40km의 발트해 해풍을 따라 자율적으로 각도를 조정한다. 해저에서는 송전선이 국경을 넘어 연결되고, 수면 위에서는 바람이 에너지로 전환된다. 그러나 이곳의 의미는 단순한 전력 생산에 머물지 않는다. 터빈의 기초 구조물은 인공 암초처럼 설계되어 해조류와 조개류가 착생하고, 소형 어류가 서식하는 생태적 공간으로 작동한다. 인간이 만든 시설이 해양 생태계의 한 부분으로 통합되는 ‘블루 인프라스트럭처(Blue Infrastructure)’의 실험장이 되는 셈이다.
파도 아래에서는 전력선과 생명선이 교차하고, 수면 위에서는 바람과 기술이 공존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바람이 전기로, 전기가 다시 삶으로 이어지는 이 순환 구조는 덴마크가 기후위기에 응답하는 가장 명료한 방식이지 않을까? 발트해에 지나는 미래의 시간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