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제6회 도요오카 연극제 방문기, 그 셋째 날
에바라는 도요오카에서 보내던 셋째 날에 공연을 보기 위해 방문한 마지막 장소다. 강원 江原이라는 이름답게 동네 주변을 긴 강이 흐르고 높은 건물 없이 녹음이 우거진 동네였다.
도요오카에서 마주친 부러진 차선 규제봉. 누군가가 실수로 치고 만 것이겠지? 이렇게 어딘가 고장 나거나 망가진 걸 보면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
암튼, 이 날 낮에는 일이 잠시 생겨서 연극제 사무실에 방문했다. 예정에 없던 '일'이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접하고 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에바라 도착. 기노사키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야 에바라에 도착할 수 있는데 주변이 정말 조용한 동네였다. 에바라에서 단연 잊을 수 없는 것은, 에바라리버사이드시어터 (江原河畔劇場)의 로비 창문 너머의 풍경이었다!
극장 로비 창문이 굉장히 큰데 그 너머로 이런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나뿐만이 아니라 극장에 들어선 모든 사람이 이 풍경을 보고 사진을 찍고 있었을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
강변에 자리 잡은 주택가.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바로 도요오카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아뿔싸. 시골동네라 배차간격이 어마무시해서 다음 차까지 무려 1시간을 에바라에 있어야 했다. 이날 봤던 공연 출연진들도 다음 공연까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는데 친한 배우 분하고 다른 작품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쩔 수 없이 떠버린 시간을 감당하기 위해서 이 강변을 따라 걸었다.
다리도 건너볼까 했는데 엄두가 살짝 안 나서 포기^^;
한 스폿에 서서 파노라마도 찍어봤다. 날씨가 더 좋았으면 더 아름다웠을 텐데! 하지만 구름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은은한 햇빛이 또 아름다워서 한참을 구경했다.
냅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들었던 절경.
에바라 강변에는 피안화(彼岸花)가 피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꽃무릇이라고도 불린다. 설화에서는 저승길에 피어있다고도 한다. 활짝 핀 꽃무릇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라 꽃 앞에서만 또 한참 있었다 ㅎㅎ
떠버린 시간을 어떻게 하지 못한 채 에바라역으로 돌아왔다. 이때가 대략 4시쯤이었는데 동네 바깥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아주 잠시 동안이었지만 조용했던 역사도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명랑한 발걸음으로 가득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SNS에 사진을 올리기도 하면서 다음 차를 기다렸다.
도요오카에서 간 곳 중 인상적이었던 장소를 꼽으라고 하면 -비록 세 군데밖에 못 갔지만- 단연 에바라라고 할 것이다. 어느덧 와버린 2026년. 제7회 도요오카 연극제가 열릴 9월에 또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