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의 도시, 도요오카 (5) 도요오카에서 먹다

2025년 제6회 도요오카 연극제 방문기, 먹부림

by 시나브로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먹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일부러 미식을 찾아다니지도 않고 유행하는 것들을 줄 서서 기다리지도 않는다. 도요오카에서 뭔가 맛있는 걸 먹게 될 거란 생각은 일절 하지 않았고, 식사는 동네 몰에 있는 식당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울 생각이었다.


유일하게 내가 직접 찾아서 갔던 곳은 딱 하나. 바로 '카페'였다. 기차로만 갈 수 있는 시골이어도 프랜차이즈 카페는 있었다. 스타벅스와 츠타야가 콜라보한 지점도 있었는데, 내 관심은 그런 곳에 있지 않았다.





� 히구라시 커피 본점 HIGURASHI珈琲店

https://maps.app.goo.gl/Qs7REBmZfaZeoZpM9


아케이드 상가를 거닐다가 우연히 발견한 카페였다. 무려 1930년부터 이어져온 곳으로 곧 있으면 개점 100주년을 맞이한다.



카페라는 걸 알아차리기 전에는 가게 바깥 인테리어에 눈이 갔는데,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본 지인이 한 말처럼 '영화 포스터' 같은 곳이었다.



히구라시 카페 내부 모습. 90년을 넘겨서 운영되는 곳인 만큼 옛날 다방 같은 모습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내부 사진은 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찍었음.



가게에 전시된 물건 중에는 아직 '전錢'이 돈을 세는 단위였던 시절의 가격표도 있다. 커피가 15전, 홍차가 15전, 코코아가 20전. 이외에 레몬티, 핫레몬티, 핫오렌지티, 소자, 카르피스(냉/온), 토스트빵 등, 카페라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을 메뉴들로 충실한 가격표였다.



아직 날이 더워서 아이스커피를 마실까 하다가, 핸드드립 메뉴 중 하나인 '마키비薪火'를 시켜보기로 했다. 오랜 전통을 가진 블렌딩으로 깊은 맛 정도가 5개나 표시되어 있었다. '장작불'이라는 단어가 맘에 들기도 했고 다크 하게 마시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충분히 아이스를 포기할 수 있는 메뉴였다.



그렇게 주문해서 나온 마키비는 깊은 향과 고소함을 가진 커피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쓴맛이 없었다는 점. 부담 없이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커피였다. 다음날 다시 와서 아이스도 마시고 콩도 사서 돌아가려 했는데 아쉽게도 딱 그날부터 한동안 휴가를 가셔서(ㅠㅠ)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 하나후지 아이티도요오카점 花ふじ アイティ豊岡店

https://maps.app.goo.gl/SbCZH6tcbHMZgh7H8


도요오카에 있는 몇 안 되는 몰 중 하나인 아이티 Aity 4층에 있는 정식집으로, 이 날 손님을 한 사람 맞이해야 해서 그 손님 분과 함께 갔던 식당이다. 돈카츠는 무난하게 맛있었다 ㅎㅎ 도요오카를 방문해서 적당한 가격에 정식을 먹고 싶다면 도요오카역 바로 앞에 있는 아이티 4층을 방문하면 될 것 같다.





�진 じん

https://maps.app.goo.gl/gmexxQepJBVBLmzv5


기노사키에서 공연을 봤던 날은 친하게 지내는 무대감독 N짱과 저녁 약속을 한 날이기도 했다. N짱이 공연이 끝날 때쯤 기노사키에 있는 극장까지 직접 데리러 와주었고, 도요오카 시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이자카야에 데려가 주었다.



그중에서 단연 잊을 수 없는 음식은 바로 이 모츠나베 もつ鍋. 육수가 세 종류 있었는데 '시오(소금)'로 골라서 주문했다. 모츠나베를 많이 먹어 본 적이 없어서 기대조차 하지 않았는데 세상에. 육수가 정말 끝내줬다. N짱이랑 대화하는 내내 모츠나베 육수를 퍼먹었을 정도; 계속 졸여도 너무 짜지 않으면서 담백한데 후추 때문에 살짝 칼칼하기도 했던. 안주로도 식사용으로도 안성맞춤인 메뉴였다.



소힘줄? 닭똥집? 어쩌고였던 것 같은데 뭔지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맛나게 먹은 기억은 있음.



도요오카 쪽의 또 다른 명물인 이즈시 소바(出石そば). 이즈시는 도요오카에 있는 지역 중 하나로 이즈시 소바는 하얀 자기 접시에 담긴 소바를 양념과 육수로 여러 겹 쌓아 먹는 ‘접시소바’ 스타일이 특징이라고 한다. 특별하게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노른자와 다이콘오로시가 부드럽게 소바 면을 감싸다 보니 부드러운 식감을 주는 소바였다. 무난하지만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한 음식이었다.




번외들✨



에바라리버사이드 극장에서 공연한 공연 팀원들과 함께 극장 안에 있는 대기실에서 노미카이(飲み会、마시는 모임). 각자 가져온 음식과 냉장고에 준비해 둔 맥주를 나눠 마시면서 연극과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N짱도 동석했는데, 이때 함께 자리했던 배우 중 두 사람과 N짱은 11월에 서울을 방문하면서 우리 극단 공연도 보러 와주었다. 이 노미카이 자리가 11월에도 이어져서, 공연 끝나고 다 같이 또 노미카이 시간을 가졌다. 꿈과 같은 시간이었다.



나의 편의점 털이 ㅋㅋㅋㅋㅋ


닛신의 순두부 수프를 좋아하는데 마침 마파두부도 나왔길래 도시락과 함께 먹어봤다. 맛은 순두부가 압승인 것 같기도... 이외에도 근처 편의점에서 몇 가지 득템 했는데 여름이 끝나가다 보니 스프레이 타입 비오레 선크림이 할인 중이어서 하나 사고, 기본 화장템이 고갈돼서 고쿠준 여행용 세트도 하나 샀다.


있는 동안 적어도 하루에 한 잔은 로손이나 패밀리마트의 커피를 사 먹기도 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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