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인성도 보이는 우선순위 | 사심 史心 인문학 15화
우리는 삶에서 행동을 하기 위해서 순서를 정하죠. 삶의 장기적인 목표에 대해서도 순서가 필요하구요. 이런 것을 우선순위라고 하죠. 예를 들자면, 13:00까지 가야 하는 행사가 있으면 집에서 밥을 먹고 출발하거나 목적지 근처에 미리 가서 밥을 먹거나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이동과 밥의 우선순위 차이가 있겠죠.
TMI이지만, 나는 이 둘 중에 어떤 것을 먼저 선택하든 시간이 많이 걸려서 결국 이동부터 한 다음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를 사 들고 행사에 가겠지만(그러고도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게 함정).
결과적으로 한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함은 같은데, 순서에 따라 느낌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요. 명절 때 남편의 본가에 먼저 가는 것과 아내의 본가에 먼저 가는 것의 차이도 있죠. 옛날에는 남편의 본가에서 명절 당일까지 보내고, 돌아가는 길에 아내의 본가에 들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그 만큼 남아 선호 사상이 강했던 시기가 있었으니까요(성리학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이상해졌음).
그러나 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고 이에 따라 서로를 챙겨주면서 명절 때마다 순서를 바꾸는 집안도 있고, 동선에 따라 먼저 가는 집을 정하는 경우도 있고 하죠(한 쪽이 강릉 출신이고, 다른 한 쪽이 남부 지역 출신인데 수도권에 사는 부부의 경우 애도를).
사실 이 우선순위에 따라서 그 사람이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알 수 있어요. 과정 중시 vs 결과 중시의 경우가 그렇고, 가치 중시 vs 실적 중시의 경우도 그렇죠. 물론 둘 다 원하는 목표가 같을 수는 있는데, 어떤 것을 먼저 중요하게 보는 것이 중요한 때가 있어요.
예를 들자면, 우리가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과 전쟁보다는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맞아요. 그런데 일본이 과거 역사에서 저지른 과오를 제대로 인정하고 사과를 한 적이 있나요? 없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일본과 긍정적인 감정으로 협력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죠?
사실 살면서 우선순위로 추구해야 하는 것을 간과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가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우울한 생각이 꽤 많아져요. 특히 성인 ADHD를 갖고 있는 내가 이런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이 있는데, 그런 선을 넘은 이들과 불편한 협력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오면 그 때마다 답답하더군요. 더군다나 선한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INFP 인프피인 나로서는 더더욱 민감하죠.
정말 중요한 가치를 우선순위에서 지워 버리는 사람이 사회를 움직이는 것이 한탄스러운 요즘. 문득 작년 봄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가 떠오르네요. 그 때 투표했던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큰 우선순위가 뭐였을까요? 사람다운 가치? 경제적인 이익?
그리고 0.7% 차이로 더 많은 사람들이 추구했던 우선순위 때문에 지금의 나라 돌아가는 꼴은 그야말로 개막장이네요. 1905년 을사늑약 같은 일이 2023년에 또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그야말로 계묘국치네요(영상).
이번 편은 다른 연재에 비해 조금 짧을 거예요. 앞에서 이야기가 나왔던 계묘국치로 인하여 일상에서 여러 가지 욕구가 팍 떨어졌거든요. ㅠㅠ 그 사람은 도대체 삶에서 우선순위가 뭘까요? 그냥 모든 세상이 자기가 맘에 드는 대로 움직이게 하는 게 우선순위일까요?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의 삶은 짓밟혀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