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공부를 같이 할 "자격" | 사심 史心 인문학 2화
이 사심 史心 인문학 컨텐츠는 유튜브에 영상이 먼저 올라간 뒤, 그 대본을 가다듬어 글로 발행해요. 그런데 지난 첫 번째 이야기 주제인 "시작" 강의 영상을 촬영한 다음 며칠 동안 멘탈이 크게 흔들렸어요. 지금 나 자신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기억들을 떠올렸으니 멘탈이 안 흔들렸다면 사람이겠어요? INFP가 이럴 때 상처를 많이 받죠. 사실 내가 이 강의 컨텐츠에 대한 대본을 미리 써 놓고 영상 녹화를 진행하는 것도, INFP의 특성 상 빠르게 말해야 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한 다음 말하는 것에 더 적합한 성격이라서 대본을 정리를 해 둔 다음 영상을 촬영하는 거에요. 이후 글로 내기 괜찮은 말투로 정리 한 다음 발행되니 참고 바라요.
예전에 내가 강연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뭔가 이룬 것이 없지 않느냐고 하는 이야기도 있었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박사 학위를 딴 것도 아닌데 네가 무슨 강의냐 이런 소리였죠. 물론 내가 석사나 박사 학위가 없긴 해요. 그런데 내가 석.박사 학위가 없는 것은 첫째, 등록금에 대한 부담 때문에 못 간 게 가장 큰 이유겠죠. 둘째, 내가 당시 가고자 하는 방향을 도와 줄 선생님이 없었어요. 지금도 없을 것 같긴 한데... 세 번째 이유는 내가 나중에 계획하고 있는 다른 주제에서 이야기를 들으면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될 거에요.
우리가 오늘 자격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고 했잖아요? 자격이라는 것이 객관적인 지표일 수도 있고, 각자의 주관적인 기준일 수도 있어요. 객관적인 지표는 시험의 점수나 자격증이 될 수 있어요. 다만 논술이나 면접 시험 같은 경우는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시험의 점수가 아주 객관적인 지표라고 하기에는 위험한 측면도 있어요. 논술의 경우 채점을 하는 사람의 주관이 들어갈 수 있고, 면접의 경우도 면접관이 질문을 하는 것부터 주관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아주 객관적인 지표라고 하기에 위험한 측면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자격을 왜 두느냐? 하고 묻는다면, 사회적으로 일정한 기준을 약속으로 두는 거에요. 예를 들어 자동차 운전면허의 경우 기본적인 운전 기술이 없으면,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필기시험은 2종 60점, 1종 70점의 기준이 있고, 장내 기능시험도 80점의 기준이 있는 거죠. 도로주행 시험도 70점의 기준이 있구요.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기본 시험과 심화 시험으로 각각 3개 급의 점수를 나누죠. 기본 시험에서 6급 60점, 5급 70점, 4급 80점이고, 심화 시험에서 3급 60점, 2급 70점, 1급 80점이죠. 수능에서 절대평가인 영어영역과 한국사영역은 일정한 점수를 넘겨야 해당 등급이 부여되고, 상대평가인 다른 영역은 모든 응시자들 중 일정 비율의 순위 안에 들어야 해당 등급이 부여되는 거잖아요.
물론 이 시험에서 일정한 통과 기준을 상대적으로 두는 경우도 있어요. 수능의 대부분 영역들과 학교 시험들은 상대평가죠. 수능에서 1등급을 받으려면 상위 4% 안에 들어야 하구요. 대부분 입시에서는 경쟁자들 중에서 상위권의 일정한 인원수를 선발하죠. 시험 문제가 어려울 때는 최상위권의 우수한 수험생을 선별할 수 있는 변별력이 확보되지만, 절대평가의 경우 너무 어려워도 합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이 발생해서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자격을 평가하는 데는 그 평가의 준비를 까다롭게 해야 하죠.
우리가 이렇게 시험을 통해 자격을 부여하는 분야는 대부분 위험을 각오해야 하는 기술적인 면이나 많은 식견을 지녀야 하는 학문적인 면이 대부분이에요. 경우에 따라 해당 분야에서 일정 기간 이상 경력을 쌓으면 전문적인 자격을 부여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 경력을 쌓아야만 부여되는 자격에는 한 가지 우려 사항이 있는 것이, 단순히 시간만 때워도 되는 경우가 있어서 이럴 경우 그 사람이 자격이 충분한지 알 수 없어요. 그리고 그 경력을 쌓기 위해 억지로 집단 속에서 일정 기간을 버텨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최소 1년이 되기 전에 나오면 경력직으로 인정받지도 못하죠. 거기에다가 경력을 쌓을 수 있은 곳은 적고, 경력직만 모집하는 곳도 있죠.
내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우리나라가 자격증이 너무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도 그렇고, 각종 리더십 교육에 대한 자격증도 그래요. 각 기업에서 발급하는 자격증도 그 기업에서만 써 먹을 수 있겠죠. 어떤 사람은 자기의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이 자격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일정 기준을 두고 이를 충족해야 자신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들어올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울타리를 치는 거죠. 이 쯤 되면 사람이 사는 것 자체가 일종의 자격 시험이 되는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물론 교육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자격이 필요하겠지만, 조금만 배워도 할 수 있는 일에 과도한 자격이 요구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학 시험만 해도 그래요. 어학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해도, 실제로 외국인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 사람들이 허다한데 이게 과연 자격을 인증할 수 있는 걸까요?
내가 유튜브를 통해 인문학 강의를 시작한 것에는 특정한 시험을 통한 자격 기준은 없어요. 다만 사람들이 보기에 김승훈이라는 사람이 강의를 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각자 자기들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바라 보겠죠. 결국 자기들 맘에 안 들면 안 보는 식으로. 나는 나 자신이 인문학 강의를 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보거든요. 역사를 연구하고 싶었던 결심을 초등학생 시절부터 했고, 이후 학교 수업 이외에도 역사 공부를 충분히 많이 했고, 학부를 졸업한 이후에도 10년 동안 많은 곳을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체 연구를 했으니까. 이 시간만 따져도 26년이 넘어요. 이 정도면 강의를 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보지 않아요?
사실 내가 보기에 자질이 부족하다 싶은 사람이 강연도 하고 책도 쓰고 활동하는 사례들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데 그 사람들도 내가 강연을 하기에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것을 흔히 내로남불이라고 하죠.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내로남불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긴 하겠지만, 이 “내로남불”에 대하여 이야기는 나중에 나눠볼까 해요.
이번 "자격"에 대한 이야기는 유튜브에서도 영상으로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