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세이 <리셋> 사진작가유림

by 유림
리셋.JPG



삐~익

한창 돌아가던 세탁기가 멈췄다

십 년을 열심히 달리더니

병이 나고야 말았다


몇 시간 후

전원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니

세탁기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빨래를 끄집어 내

볕이 잘 드는 마룻바닥에 널었다


늦은 오후

마른 장작같은 몸에서도

신호를 보낸다


덜 마른 옷가지를 걸치고

반지하 작업실을 나와

거리를 거닐었다


고개를 들어

햇살을 마구 삼켰다

무르고 상한 것들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왔다


볕 좋은 날

하늘을 껴안는 것


그것이 나만의 리셋








사진작가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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