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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May 24. 2023

지각인생

일상기록 프로젝트

유림 일상기록 프로젝트 <두시산책 : 지각인생>



“나는 내가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결혼도 남들보다 늦은 편이었다. 

~중략~ 

내가 벌인 일 중 가장 뒤늦고도 

내 사정에 어울리지 않았던 일은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일일 것이다”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기로 결정할 무렵, 

큰 용기와 위안이 되어주었던 글이 있다. 

우연히 보게 된 전 손석희 아나운서의 

‘지각인생’이라는 글이다. 

이미 모 방송국의 대표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사람도 

알고 보면 그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음을 

짐작케 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글은 ‘느리더라도 꾸준히 가면된다’는 말을 

가슴에 새겨놓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그 시절 나 역시 

대학을 들어가는 것도, 

사진을 하겠다는 것도 

내 사정에는 어울리지 않았던 일일지 모른다. 

졸업할 무렵에는 사진작가가 되겠다는 

형편에 맞지 않는 꿈도 꾸었더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호기롭게 펼쳐본 바람과 달리 

난 잡지사 사진기자가 되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한 사회생활이지만 

최선을 다했다. 

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서른여섯이 되던 해, 

다시금 마음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여전히 누군가는 무모하다 했고 

누군가는 치기어린 열정이라 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지각인생’이란 글이 떠올랐고, 

서랍 속에 소중히 보관했던 보물을 대하듯 

한 문장 한 문장 아껴가며 글을 읽었다. 

십 년 전과 같은 마음이 들었다. 


“무모해지자! 

마흔 셋에 일을 벌인 이도 있는데 

나는 고작 서른여섯밖에 안됐어!” 


회사를 그만두고 인도로 떠났다. 


그의 나이에 접어든 지금, 

나는 여전히 무모하고 때때로 일을 벌인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지각인생이어도 좋다. 

누군가의 기준이 내겐 더 이상 중요치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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