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프로젝트
단골집의 폐업 소식에
지난 주말 부랴부랴
전에 살던 동네에 다녀왔다
어디를 갈 때는 항시
양 손을 무겁게 하라는
옛적 어른들의 가르침 대로
고심 끝에 수박을 사기로 했다
이왕이면
달고 맛있는 것을 사고 싶어
수박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이를 보시던
가게 주인장이 나와
수박 고르는 법을 알려주셨다
세 가지만 알면 된다고 했다
검은 줄무늬가 진하고 선명하며
끊기지 않은 것
배꼽 사이즈가 작은 것
표면에 백분이 묻어난 것
마흔이 넘어
수박 고르는 법을 배웠다
묵직한 수박을 가슴에 안고
가게로 향했다
단골집 사장님은
내가 도착하자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았다
함께 잔을 기울이며
지난 두 달 간의
안부를 나눴다
사람 고르는 법은
배운 적 없지만
그래서 여전히 서툴지만
그래도 조금은 알겠다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나의 안위를 걱정해주고
나의 사람을 소중히 대해주는
그런 사람들
표현은 서툴어도
마음이 묵직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 옆에서
오래 머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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