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프로젝트
이사를 한 후
여럿의 변화 가운데
불편한 것 중 하나가
교통수단이다
역세권이 아니다 보니
지하철을 타기 위해선
버스를 한 번은 타야만 한다
그간 지하철을 선호했던 이유는
사실 단 하나다
교통 체증, 시간 오차가 없어
약속에 늦을 일 없다는 점
그렇게 긴 세월
자가용 혹은 지하철만 타고 다니다 보니
버스 탈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더랬다
얼마 전
신포동에 술약속이 있어
교통편을 고민하던 중
집 앞에서 약속 장소까지
단번에 가는 버스 노선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알려주는
예상도착시간보다
늦을 것을 감안해서
20분 정도 여유있게 나갔다
그렇게
아주 오랜만에
버스를 타게 되었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서
좌석은 여유가 있었고
에어컨도 빵빵하게 돌아갔고
덜크덩 덜크덩
기사님의 터프한 드라이빙에
졸릴 틈이 없었다
자연스레 창밖을 보게 되었다
내가 사는, 살아가는
동네의 풍경
허물어지는 것들 사이로
새로 올라서는 건물들
분주한 걸음의 사람들
이따금 익숙한 간판들도 보였다
배다리마을과 화평동냉면거리를 지나
신포시장에 도착했다
예상 시간보다 40분 일찍이다
친구를 기다리며
사두고 한참을 못 보던
책을 꺼내들었다
빠르고 정확한 삶을 쫓다가
잊고 지냈던 것이
버스 만은 아닐 것이다
매사에 완벽할 필요는 없었다
조금은 늦을 수도
조금은 빠를 수도
가끔은 그럴 수도
#2023 #일상기록 #프로젝트
#두시산책 #유림산책
#사진에세이 #포토에세이
#공감에세이 #버스
#가끔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