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루프 탑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마을 전경을 둘러보는데 뷰파인더 너머로
나를 향한 여러 시선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방인을 향해 보내는 정겨운 눈인사에
잠시 카메라를 내리고 미소로 화답한다.
온 가족이 폐허가 된 공간에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짓는 중이다.
30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에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마냥 즐거운지
싱글벙글 콧노래까지 흥얼거린다.
옷가지는 땀으로 흥건해졌어도
마음은 뽀송뽀송해 보이는 이들의 노동이
전혀 고되게 느껴지지 않는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이 말해준다.
나도 유년시절까지
삼대가 모여 한 집에 살았다.
그리 넉넉하진 않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위했다.
부모님의 이혼, 아버지의 빚보증.
드라마에서만 보던 일들이
어린 내게도 일어났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부서졌다.
이십대 초반 남들보다 조금은
일찍 독립해 긴 시간을 스스로 살며
뭐든 혼자에 익숙해졌다.
이제는 허울만 갖게 된 가족,
모임자리조차도 어색해진 나에겐
조금은 퇴색된 집 그리고 가족의 의미.
‘함께’이기에 살아가고 ‘함께’여서 행복한
가까우면서 늘 미안하고 고마운 존재.
이 낯선 땅에서 저들을 바라보며
다시금 그 의미를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