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안 풍경
오밀조밀 밀집된 가구들,
좁은 골목길이 굽이굽이 이어진
아기자기한 마을 조드푸르.
아이들, 강아지 뛰어노는 소리로
북적거리고 모락모락 밥 지어지는
고소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람 냄새 그득한 풍경을
한참이나 넋 놓고 바라본다.
정겨운 마을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나라 70~80년대 정겨웠던
골목 안의 풍경을 담았던
우리나라 대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故 김기찬의 사진들이 떠오른다.
대학시절 도서관에서 처음
그의 사진집을 보고 눈물을
왈칵 쏟았던 기억이 있다.
그의 사진들은
입시를 준비하며 암기하듯 외웠던
현대사진작가들의 세련되고
개념을 중시한 사진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사진의 예술성보다는
기록성에 기초한 그의 사진들은
정직했고 담백했다.
그런 그의 사진들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옛 정취가 가득한 골목 안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의 따뜻한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비싼 카메라가 아닌
뜨거운 가슴을 지녀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
사진으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느꼈다.
그는 나의 사진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가였다.
골목 안을 구석구석 살피다 보니
이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옷가지는 촌스럽고
상차림 또한 초라하지만
이를 부끄러이 여기지 않는다.
낯선 이방인을 배척하기 보다는
환한 미소를 지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
내가 사는 도시에는
이 같은 골목길을 찾아보기 힘들다.
레고 같은 정형화된 고층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빌딩숲을 이루고 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조차 모르며,
혹여라도 마주치는 게 불편할까
문소리라도 들리면 걸음을 늦춘다.
이전보다 삶의 수준과 질은 높아졌을지
모르나 ‘정’이라는 것이 사라졌다.
동네 마실에 나선 소와 아낙들,
카메라를 든 이방인을
마냥 신기해하며 바라보는
강아지와 아이들,
어린 손자를 안고 나와
골목 안 원숭이에게 끼니를
나누게 하는 노인.
영화 촬영 소식에 온 동네 사람이
골목을 가득 채우고 마을축제라도 되는 냥
즐거워한다.
인도에 깊숙이 들어올수록 도시생활에서
절대 느껴보지 못한 것들을 배워가며
소박한 사람들과 소담한 마을 풍경에
점차 동화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