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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Nov 01. 2019

사진과 나

사진 그리고 수다 : 묻기에 좀 애매한 사진에 관한 모든 것


나의 꿈은 계절이 바뀌듯 매해 바뀌었다. 아주 어릴 적에는 선생님, 초등학교 때는 아이스크림가게 주인이 되는 것이었고, 중학교 때는 화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잃어버린 꿈을 다시 찾는 게 꿈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미술을 했었고 미대에 가겠다는 꿈을 품었는데 집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러고는 몇 년간 꿈을 꾸지 않은 채 살았다. 그러던 중 23살에 처음 만난 영화 속 흑백사진 한 장은 남은 내 삶 전부를 뒤집어 놓았다. 차태현, 손예진, 故이은주가 출연했던 영화였는데 이들이 취미생활로 즐기던 사진이 이들 인연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내용이었다. 당시엔 지금처럼 미러리스, DSLR카메라가 지금처럼 보급되기 전이어서 사진학원에 가면 필름카메라로 수업을 받았다. 촬영한 필름을 직접 현상하고 인화하는 아날로그 작업에 더욱 흥미를 느끼고 매료되어 대학 진학까지 꿈꾸게 되었다.

사진은 그렇게 기울어진 가계로 인해 잃어버렸던 꿈을 찾게 해주었고,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대학교 캠퍼스 생활이란 것도 누리게 해주었다. 만화, 소설책만 읽던 과거와 달리 철학서와 미술서에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를 사진을 배우며 알게 된 것처럼 미처 알지 못했거나 외면했던 것들에 하나씩 시선을 두기 시작했다.

졸업 후에는 ‘사진기자’라는 전문직을 갖게 되었고, 사진은 나를 팔도를 너머 물 건너 외국에도 보내주었다. 상상으로만 그리던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고 가슴에 담아졌다. 사진과의 동행이 십 년이 넘었을 즈음 영영 탈출하지 못할 거 같았던 직장생활에서도 독립시켜줬다.

사진을 찍기 위해 떠났던 50일 간의 인도여행을 통해 <멀어질 때 빛나는 인도에서>라는 책도 출간했다. 글솜씨는 부끄러웠지만, 사진 하나 믿고 과감히 도전한 첫 책이었다. 겨우 1쇄가 다 나가고 인세라는 것도 받았다. 이제야 내 사진과 이야기로 타인 앞에 서는 것이 조금은 부끄럽지 않게 되었고, 부족한 언변으로 강의도 시작했다. 

여전히 생계를 위한 사진도 찍고 있다. 하지만 돈을 버는 데 쓰는 시간은 최소한으로 한다. 그 시간을 제외하고는 찍고 싶은 사진을 찍거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오롯이 나를 위한. 사진은 나에게 물질에 대한 욕구를 태우고, 타인 시선으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계속 꿈꿀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사진. 얼마의 시절을 더 함께할 지는 모르겠다. 나의 육신이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의 동행은 이어질 것이다.









사진작가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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