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수다 : 묻기에 좀 애매한 사진에 관한 모든 것
과거 왕과 귀족들은 자신들의 초상이나 중요한 순간들을 그림으로 남겼다. 15세기 사실적 정밀묘사를 위해 화가들이 만든 그림보조도구였던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가 19세기에 보급화되며 사진이 그림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족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욕구 중 하나다.
더불어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굉장히 예민하다. “나도 당신처럼 아니 당신보다 더 잘 살고 있다”를 가장 빠르고 쉽고 보여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SNS 속 사진이다. 별 거 없는 일상이라도 사진으로 한껏 포장하면 특별한 순간처럼 보여진다. 실시간 공유하는 사진과 댓글에 순간 셀럽이 된 듯한 기분도 든다. 혹자는 때론 다투고 헤어진 친구나 연인이 봐주기를 바라기도 한단다.
삶은 수많은 순간들로 이뤄진다. 영영 놔주고 싶지 않은 시절도, 지워버리고 싶은 시절도, 남보란 듯 잘 지내는 척하는 하루라도 의지와는 무관하게 시간에 바래져간다. 꽃 같았던 청춘의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기억의 가장 사실적인 기록 장치가 바로 사진이다. 서랍 귀퉁이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으로 원치 않던 곳으로 가야하기도 하고, 그토록 그리던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다.
빛을 태워 만드는 기억의 연료, 사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우리는 오늘도 기억을 연료로 태우며 살아가기 위해 눈으로 담고 사진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