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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비 Dec 01. 2021

서른 즈음의 성장통은 겪어야 합니다.

어떤 책에서 봤는데 인생에 있어서 총 3번의 기회가 온다고 했다. 그런데 그 기회라는 것이 지나가고 나니 알게 되더란다. 나 또한 살아가면서 이것이 기회였구나 했던 일들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내가 이런저런 이유를 통해 대학을 가지 않고, 20대에 사회생활을 하였던 때로 거슬러 가본다.


내 나이 23살 때 대학생활이 너무 하고 싶었다. 대학생활의 캠퍼스 생활과 MT, 청춘을 즐기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해보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대학에서 대학생들과 놀고 싶었던 거 같다. 그냥 그 생활이 부러웠다. 얼마나 그랬냐면 중간고사, 기말고사 보는 기간까지도 부러웠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때 한번 큰 결심을 했던 게 대학 입할을 해야겠다 였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우습던 생각이 스물셋의 나는 이 나이가 대학을 가기에 너무 늦은 나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대학을 가지 않았다. 지금은 스물셋!? 무엇이든 시작해도 빠른 나이인 것을 안다. 그때 대학을 갔더라면 나의 생활은 또 어떤 모습이었을지 사실 조금은 궁금하다. 이렇게 스물셋의 꽃다운 나이를 그 당시 알지 못했는데 몇 년이 흘러 흘러 서른 즈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뭐든 늦은 나이는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을 때 이때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몇 년이 지나면 지금이 이른 나이였음을 분명 알게 될 거야!!"


그래서 시작의 두려움을 많이 이겨내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게 대학을 다닐 수 있었던 첫 번째 나의 선택과 같은 기회가 가버렸다. 그 후 주변 친구들이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면서 주변에 대학생들이 하나, 둘 없어지다 보니까 놀랍게도 다시 대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한창 대전에는 콜센터가 많이 생겼던 시기가 있었다. 서울과 가까우면서 인건비가 저렴하고, 사람들이 표준어를 쓰기 때문에 서울의 콜센터가 대전으로 많이 이전을 해왔다. 그때 난 스물다섯 어린 나이에 보험을 판매하는 일명 아웃바운드 콜센터에 취직을 했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퇴사를 했는데 그때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네가 제일 먼저 그만둘 줄 알았는데.. 제일 오래까지 버티는구나!"


그랬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그 힘든 보험 판매 콜센터를 이리저리 회사만 옮겨가면서 무려 5년을 버텼다. 내가 버틴 이유는 정말 할 줄 아는 게 그것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나에게 진짜 기회가 왔다. 바로 보험을 판매했던 나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사람들을 가르치는 교육강사가 되었던 것이다.


그때의 내 나이는 스물아홉 때였는데 왜 그리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봤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도통 이해가 안 된다. 어느 정도였냐면 그때 당시 그 자리를 탐냈던 나보다 입사가 앞선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 앞에서의 나의 호칭은 교육실장님이 아닌 누구누구 씨라 불려도 왜 그렇게 하느냐고 반문 한번 해본 적이 없었다. 그때 주변의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나를 이름으로 불렀었다. 그래서 나의 제대로 된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엄청 노력을 했었다. 혹시 이 글을 손해보험 설계사분이 보신다면 이 부분을 이해해줄 것이다. 설계사가 되기 위한 시험을 봐야 하는데 그 시험을 공부하기 위한 교과서 같은 책이 있다. 나는 그 책을 정말 서른 번 정도 정독했었다. 그래서 시험지 유형이 20개가 있는데 그것을 답 없이 모두 풀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그런데 그걸 알아주는 이는 없었고, 그저 나의 포지션은 매니저도 아니고 교육실장도 아닌 누구누구 씨였다.


그때 정말 충격적인 건 나에게 교육받고 있던 교육생이 나에게 "영주 씨!"라고 불렀을 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정작 나는 그것을 바로 잡지 못하고 그냥 웃으며 대답했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그 말을 믿고 열심히 내 자리를 지키고자 했으나 이미 나보다 앞서서 교육실장 자리를 꿰차고 후배 양성에 일도 관심 없던 선임 실장님과 같은 자리를 두고 경쟁을 했으나 밀려버린 입사가 빨랐던 언니를 보며 그 당시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하고 개인 사유를 핑계로 회사를 나왔다.


나는 정확한 목표의식도 왜 이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도 불분명했기 때문에 끝까지 버티지 못했던 것인데 그걸 몰라서 다른 주변인들을 탓하고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지금의 나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말이다. 과거의 나는 이런 기회들이 날아가 버리고 나에게 더 이상의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낙담하고 마치 모든 삶이 실패한 것 마냥 생각했었다. 나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항상 나를 쫓아다녔다. 이렇게 서른 즈음 성장통을 겪으면서 결심한 것이 있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자리를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 결심을 한동안 잊고 있다가 글을 쓰면서 낡아버린 기억 속 서랍에서 꺼내 봤다. 그랬더니 정말 놀랍게도 그때의 결심대로 내 자리를 나는 끝까지 지켜내고 있었다. 결국 이것은 실패가 아닌 꼭 겪어서 깨달음을 얻어야 할 서른 즈음의 경험에 불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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