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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걸음씩 Oct 08. 2024

감정이 요동해도 괜찮아.

[중심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갑상선 암이 착한 암이라고는 하지만 단순한 양성종양을 제거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아들은 갑상선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했고 그 과정에서 부갑상선에 영향을 주었는지 부작용을 호소했다.

의사는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했다.


저림 증상이 온몸을 돌아다녀서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진 적도 있다고 한다.

왜 그러는지 겪어 보지 못한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당뇨 후유증으로 비슷한 증상을 겪는 친정엄마의 말을 빌면 차라리 아픈 게 천 번 만 번 낫다고 하신다.

힘들겠구나 하며 짐작만 할 뿐이다.


수술 후유증이 몇 달은 있을 거라고 하면 기다리고 참겠지만 계속될 수도 있다는 소견이 아들을 더욱 낙심하게 한다.

아들의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탄다.

어느 날은 하나님의 은혜라며 편안해하다가도 어떤 날은 내 앞에서 오열을 하기도 한다.

투석과 신장 이식을 끝으로 앞으로 큰 병은 없을 거라 생각했던 터에 암이 찾아오니 더 심한 것도 올 수 있겠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어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올 때가 있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모든 일들은 나에게 오는 게 하나님 입장에서도 손익이 맞는 게 아니냐고 따지고 싶다.

그걸 보는 게 너무 괴롭다.

공감되지 않는 것도 힘들다.

그러나 하나님은 절대 실수가 없으시니 때를 기다릴 뿐이다.

모든 게 해석이 되고 인정이 되는 때를.



집에 와서 펑펑 울며 있는 대로 속을 털어낸 아들이 그다음 날은 또 180도 달라진 목소리로 전화했다.

택시 기사님에게 전도를 했다는 예상치 않은 말로 나를 놀라게 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신앙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려워할 뿐 아니라 권면을 하는 것에 대해 극혐 하던 아들이었다.


"택시 타고 교회에 내려 달라고 하니까 교회 다니냐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렇다고 말하고 나니 이것저것 물으셔서 대답을 했는데 갑자기 본인이 딸, 아들과 소통이 안 돼서 너무 힘들다면서 갑자기 자기 얘길 하는 거야.

좀 당황하긴 했지.

그래서 저도 그 자식 입장이니 대변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이러이러하다고 말을 했어.

그러니까 자기도 사는 게 힘들어서 교회에 가볼까 생각을 했다는 거야.

내가 그래서 편하게 오기만 하시면 다 알아서 해주시고 다들 아주 좋아하실 거라고 했어."


아들은 공동체에 대해 자기가 받은 그것을 그대로 전했다.

이 교회에 온 지 10여 년이 되어가는 요즘 비로소 아들이 달라지고 있다.

아들이 바뀌는 게 10년이 걸린 셈이다.

아니지. 

모태신앙이니까 예전에 다니던 때까지 따지면 30년이 넘게 걸린 거다.

이것저것으로 정말 질기게도 속을 썩이더니, 이제야 하나님 앞에서 자신과 마주했다.

그렇게 살면서도 죄가 없다고 생각했던 아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늘 이렇게 외치며 억울해했었는데...

이제는 믿는 자매와 만나서 결혼하고 싶다고 한다.

아직은 자신이 100% 죄인이라고 고백하지 않지만 당당하게 죄 없다고 하지 않는다.


대가가 없는 일은 없나 보다.

물건을 사는 것도, 

배우는 것도,

죄를 깨닫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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