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뮈는 왜 자살하지 말라고 했을까? 삶은 부조리인데

열정이란, 부조리한 세계에서 삶을 긍정하는 힘이다.

by stephanette

가끔 개미를 생각한다.

어릴 때 개미를 한참 관찰한 적이 있다.

더 빠른 길을 알려주고 싶어서 땅바닥에 나뭇가지를 놓으면,

개미들은 길을 못찾고 지름길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해 간다.

내가 보는 관점은 그들은 영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개미집이 무너지면, 개미들은 죽거나 어디론가 쓸려가거나 쉽게 사라졌다.


우주적 관점에서는 사람도 한마리의 개미 아닐까라는

생각에 다다르면,

끊임없이 이유와 목적을 찾으려는 나의 노력에도

우주는 무관심하다.

나의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한마리 개미'에 불과할 뿐이다.

그 좌절과 체념


어째서 그럼에도 당장에 이 비루한 삶을 끝장내면 안되는 걸까?


그 답을 까뮈에게서 찾을 수 있다.


열정적 반항. 사실, 열정이라고 번역하기는 적절치 않다.

까뮈가 말하는 '열정'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1. 부조리 앞에서 굴복하지 않겠다는 '열정적 반항'이다.- 부조리 속의 반항(Revolt)

시지브의 바위는 매일 아침 다시 굴려야 하는 것이다. 이를 알기에 오히려 현실을 즐기는 것이 열정이다. 헛된 노동을 받아들이면서도 거기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2. '지금-여기'의 감각을 온전히 누리려는 '감각(Experience)적 열정'이다.

과거나 미래에 매이지 않고, 눈 앞에 주어진 햇살, 바람, 음식, 사람과의 대화를 최대한 생생하게 체험하는 것이다. 뜨거운 태양, 차가운 바닷물, 바람에 실리는 냄새 햇볕 아래서의 그 쾌감과 불편함 모두를 그대로 끌어안는 열정을 의미한다.


3. 타인과의 연대(Solidarity)를 향한 '사랑의 열정'이다.

부조리한 현실에서 혼자 분투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 서로의 삶을 도와주고 책임을 나눠지는 연대이다. 페스트에서 의사 리외와 마을 사람들은 '나만 아니면 돼. 넌 죽어도 상관없어.'가 아니라 '내가 살아남기 위해 너를 살리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함께 고통을 나눠지고 서로 위로하는 깊은 의미와 연대감을 느낀다.


4. 예술, 창작 행위(Creation) 자체를 사랑하는 '예술적 열정'

작가와 예술가가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세상을 향해 던질 때, 비로소 현실을 바꾸는 작은 혁명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무의미한 폭력에 시달리는 세상에서 문학은 단순히 부조리를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케하는 열정적 행위라고. 카뮈는 연극 연출, 시나리오 작업에 임하면서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나를 구원한다.'고 판단했다. "지독히도 부조리한 현실을 오롯이 무대에 재현하면서도 관객에게 작은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열정의 결정체"라고 여겼다.


5. 실천적 행동(Action)을 통해 드러나는 '윤리적 열정'

윤리적, 정치적 차원에서 부조리에 맞서야하며 구제척 행동(시위, 봉사, 교육 등)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을 열정이라 생각했다.

1940년대 프랑스 레지스탕스(저항운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까뮈는 전쟁과 억압의 시대에 실제적 행동을 중시했다. 자신의 글을 신문에 연재하면서 나치 점령군에게 저항하는 민중들에게 '고개 숙이지 말고 끝까지 싸우라.'고 호소했다.


카뮈에게 열정은 단순히 “불타는 감정”이 아니라,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총체적 태도”이다.


매일 똑같은 출근길을 걸어도, 그 길 위에서 느껴지는 발걸음의 무게를 놓치지 않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건, 우연히 만난 이방인이건, 서로를 통해 위안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남자”고 다짐하게 되는 것.

글을 쓰든, 무대에 서든, 현실의 부당함에 맞서 직접 행동하든, 그것 자체가 “나는 이 부조리 속에서 존재한다”는 강렬한 선언인 것.


결국 카뮈가 말하는 열정이란, 세상이 무의미해 보일 때조차 “나라는 존재가 여전히 의미를 창조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식이다.


개미 관찰은 부조리 앞에서 “내가 바위를 굴려야만 할 이유”를 다시 물어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 자체가 곧 카뮈식 반항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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