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 나무와 세 발 달린 가마솥(정, 鼎)

삼각관계는 사랑이다. 사랑이 아니면 왜 하는 걸까?

by stephanette

삼은 완성의 숫자이다.

그러므로 삼각관계는 사랑이다.


사랑을 할 때면, 늘 셋이 존재한다.

사랑하는 그와 나

그리고 과거의 상처가 머금은 나.


이 상처는

어쩌면

과거의 상처를 준 어린 시절의 내면아이,

첫사랑의 그림자,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상처,

받고자 했으나 이루지 못했던 과거의 나,

지워지지 않는 어두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세 발 달린 솥처럼

사랑하는 그와 나, 그리고 남은 그림자

셋이 함께 서야만

무너지지 않는다.


그 안정감을 위해

셋이 함께 한다.

그러므로,

삼각관계는 사랑이다.


셋이 모여 서지 못하면

그 안에 담긴 "찐득한 것들이 흘러나오고 텨져버릴 테니."


기울어지지 않게 놓지 않는 가마솥

모든 것이 다 쏟아질 것만 같은

불안감, 결핍, 집착, 소유욕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왜 그런 사랑을 하는 것인가?


셋의 무게를 내려놓고

이제는 나 홀로 선 나무



사랑은

사이프러스 나무일지도 모른다.

삼각관계로 지탱하는 사랑에서 벗어나

스스로 혼자 서서 자라는 나무


깊은 뿌리가 어둠 속으로

조용히 손을 뻗듯,

내 안의 어둠도

스스로 길을 잇는다.


자기 돌봄과 자기 애정을 통해

충분히 물을 주고

햇살을 쬐고

다른 나무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올곧게 자라가는

혼자서 충만한 사랑


셋의 무게를 묻어두고

오늘, 나는 오롯이

나로 충분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 안의 선과 악, 그림자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