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은 형체가 되어서 나를 감금한다. 나의 우주는 어떠한가.
*사진: Unsplash의Dyu - Ha
로스웰의 외계인 관련 글을 읽다가 이런 구절을 보았다.
영혼은 영원불멸의 존재인데,
사람은 육체라는 감옥에 갇혀 있고
지구는 감옥의 별이라고.
맞는 말이다.
영지주의자- 초기 기독교와 철학 사이의 신비주의적 사상가들은 이 세상을 가짜신-데미우로고스가 만든 감옥으로 봤다. 진짜 신은 저 너머에 있고, 우리의 영혼은 본래 그 곳에 속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육체와 물질계에 묶여 있다. 지구는 물질계의 영향이 막강해서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도 비슷한 의미이다. 군인이 싫다면 제대를 하면 된다. 굳이 계속 군인으로 있을 이유가 뭐가 있나.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싫다면, 다음 생에 환생을 하지 않으면 된다. 해탈이 그 해답이다. 그러나, 인간은 미련과 집착으로 다시 태어난다. 무엇을 더 경험하고 어떻게 하고 싶은걸까?
어쩌면, 지구별에서 태어난 인간들은 아직 마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초급 마법사들인지도 모른다. 완전한 존재이자 모든 것을 다 구현할 수 있음에도 그 방법도 그 가치도 모른채, 감옥 속에서 물질에 현혹되어 있다.
엉뚱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실은 예전에 보았던 그 우루슬라(디즈니 인어공주에 나오는 문어 모양의 마녀)를 닮은 환영을 생각하고 있었다. 전에 한 번 글을 썼었다. 아는 지인의 친한 이의 집에 갔던 적이 있다. 계획에도 없는 갑작스러운 만남이었고, 그 분의 집에 예고도 없이 방문하게 되었다.
모르는 장소에 낯선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나를 보호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살다보면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그녀의 방은 천정이 낮고 텅 비어 있었다. 방에 대한 묘사부터가 환영이다. 그리고 그 모서리에 검정에 가까운 짙은 보라색의 거대한 어둠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생각을 해보면, 아마도 우루슬라와 비슷한 것 같다.
당시 난 환영(이라고 쓰고 귀신이라고 읽는다.)을 갑자기 자주 보던 시기라 그걸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잘 몰랐다.
귀신을 보면, 말을 거는 것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고 한다.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귀신에게 내 정체를 밝혀서 좋을 일이 뭐가 있겠냐만은.
어쨌든, 나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질문을 했다.
"넌 누구야? 왜 여기 있어?"라고
그랬더니
방 구석에 앉아 있던 형체는 눈을 찌푸리며 내게 소리질렀다.
두꺼운 진성 돌고래 소리 같은 굉음
그리고는 내게 경고했다.
"이년은 내꺼야!"
너무 급작스러운 반격에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그녀를 봤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우울증이라고 했었다.
우울증이라서 방에 그런 귀신이 있었는지, 혹은 귀신이 있어서 우울증에 걸린건지 잘은 모른다.
잠깐이지만 그녀를 곁에서 보면서
그녀가 귀신에게 사로잡힌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귀신은 그녀가 만든 생각의 형체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 속에서 익숙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왜 어떤 이들은 고통 속에 머물러 있는 걸까? 그걸 왜 더 좋아하는걸까? 궁금했다.
갑자기 옛날 환영이 생각났다. 작년이었나.
검은 숲 속의 검은 오두막 그 속에 있는 한 아이의 환영
숲은 외눈을 가진 검은 새들이 지키고 있었다. 주변의 모든 이들을 차단하기 위한 독수리 병사들
달도 없는 삭의 밤
불빛 하나 없는 그 검은 숲속 검은 오두막 속에 아이가 있다.
그는 나오지 않는다.
아이는
죽음을 넘어설 때
딱 그 순간에 멈춰서
그저 그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아이에게 연민을 느꼈다.
익숙한 고통 속에서 공허함에 몸서리치던 때를
다들 길든 짧든 겪어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도 그랬다. 타인의 내면을 환영으로 보면서 한동안 생각에 잠겼었다.
그 아이는 달도 뜨지 않는 세상에 산다.
나의 우주는 어떤지 생각해봤다.
그리고, 이번 생에는 지구별에서 영영 벗어날 수 있을지
죽고 나서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을지를.
과거도 미래도 없이 그저 현존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