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대문 밖에서 누군가가 침입하려고 하고 있었다.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의 Annie Spratt


'꿈일기 앱'을 삭제했다.

그랬더니 잠이 늘었다.

꿈이 많아졌다.

꿈일기를 쓰기에는 꿈을 너무 많이 꾼다.

그래서 한동안은 일부러 잠을 안 잤던 적도 있다. 강제적인 불면증 같은 거다.

많은 꿈은 머릿속을 산란하게 한다.


꿈을 꾸었다.

"딩~동~"

택배가 왔나 보다.

현관으로 달려 나갔다.

달려 나가면서 얼핏 본 인터폰 화면은 지글거리는 회색으로 가득하다.


"응? 잘못 들었나?"

누가 손잡이를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철제 대문에 귀를 대고 있다가 문을 열었다.

대문 밖에는 또 하나의 대문이 있다.

마치, 구소련의 마지막 시기의 공산당 아파트처럼 두 개의 철문으로 꽁꽁 막아두어야만 하는 그런 집인 건가.


바깥쪽 철문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귀를 쫑긋 세웠다.

대문의 문구멍은 하얀 페인트가 묻어서 밖을 볼 수가 없다.


대문에는 손잡이가 없다.

그러니 이쪽에선 열어줄 방법도 없다.


바깥쪽 대문에서 누가 열쇠의 금속 소리를 철컥철컥 거리며 문을 연다.

검은 옷자락이 문틈으로 들어온다.


"들여보내줘요!" 어떤 아줌마의 목소리다.

나는 황급히 열린 대문을 닫는다.

밖에서 밀어대는 힘에 문은 제대로 닫히지 않는다.

웅얼거리는 그녀의 말은 해독이 되지 않는다.

그게 다이다.

엊그제 꾼 꿈의 전부이다.


꿈속의 나의 집은

두 개의 대문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대문을 열 손잡이도 없다.

외부의 방문은 침입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더더욱 열어줄 방법이 없다.

적과 친구는 구분이 불가하다.

여러 번 배신을 당하더니, 대문이 하나 더 늘어버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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