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으로 살아가는 지혜
*사진: Unsplash
“생존이 최우선이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명제다.
그렇다면, 양심과 현실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일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일까.
어른은 책임을 지는 자리다.
그러니 양심, 현실, 책임이라는 세 축이 충돌하는 순간을
피할 수 없다.
책임이 없다면 고민도 없다.
오직 생존만을 기준으로 선택하면 되니까.
그러나 어른이라는 것은
누군가를 부양하고,
여러 사람의 삶을 함께 짊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책임은 단일한 순간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 전체에 걸친 구조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말한다.
직장을 나갈 때에는 자존심을 집에 두고 가라고.
그 말이 맞다고 느끼면서도
그 속에 서늘한 피로감이 있다.
어른은 양심을 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양심을 ‘사용하는 방식’을 더 섬세하게 선택하는 사람이다.
어릴 땐 양심은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의 문제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전혀 다른 상황이 생긴다.
양심 그대로 가면 내가 다친다.
그렇다고 양심을 버리면 나를 잃는다.
그리고 가족 부양의 책임을 지키려면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하다.
그러니 고민은
양심을 버릴 것인가가 아니라
양심을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가에 가까운 과정이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없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젊은 시절의 나는
내 삶과 상관없는 세상의 불의에도 항거했다.
그 고통을 기꺼이 함께 짊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
대의와 이상은 때로 허공에서 흩어지는 먼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고귀한 가치를 위해 삶을 바치던 이들조차
어떤 순간엔 신념을 거꾸로 뒤집는다.
변절이라는 이름을 감수하고라도
현실을 택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예는 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지금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현실은 때로 타협을 요구하지만
그 타협이 곧 양심의 파괴는 아니다.
그것은 미래를 위한 우선순위의 조정,
책임을 가진 어른이 할 수 있는 선택 중 하나다.
다만 그 타협의 위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해
나는 나의 가치들을 다시 하나씩 들여다보고 있다.
진짜 양심은
‘내가 지켜야 할 것’을 잃지 않는 능력이다.
윤리성과 정체성 면에서 나는 이미 양심을 지키고 있다.
현실과의 조율은
비정상적인 공방을 끝내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관문일 뿐이다.
어른의 세계에는
‘승리’가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이상적인 승리,
현실적인 승리.
둘 중 하나가 더 값지다고 할 수 없다.
양심과 현실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나를 지키는 선택을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 선택은 고통을 수반하고,
고결한 사람일수록 더 깊이 아프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양심을 현실과 함께 지켜내는 방식을 배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