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인류학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쟁 중인 주제에 대해서
*사진: Unsplash
쏘울메이트가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최신 이론을 이야기해주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뜬금없다.
그래서 그에 대해 찾아보았다. 최신의 DNA 분석과 새로운 지역의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연구들은 그들이 사라진 이유를 새롭게 제시한다.
그들은 왜 사라지지 않고 우리 안에 남았는가
: 180cm 네안데르탈인의 피지컬과 사피엔스의 생존 체계
네안데르탈인을 떠올릴 때 “작고 투박한 원시인”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최근의 고고학·유전체학·생체역학 연구는 전혀 다른 결론을 제시한다. 이들은 단순히 힘이 센 인간형이 아니라, 현대 운동선수 전체를 통틀어도 재현하기 어려운 수준의 신체적 능력을 가진 존재였다. 특히 180cm에 이르는 장신 개체군에 대한 발굴과 연구로 인해 현대의 헤비급 선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근력·골밀도·충돌 내성·폭발력을 갖고 있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가졌던 종은 왜 사라졌다고 여겨져 왔고, 오늘날 학계는 왜 그들이 ‘절멸’이 아니라 ‘흡수’되었다고 판단하는가. 네안데르탈인의 최강 피지컬과 사피엔스의 생존 구조를 비교하면 이 질문의 전체 구조가 드러난다.
180cm 네안데르탈인 남성의 신체를 현대 기준으로 환산하면, 체중은 95~110kg 범위에 이르고, 상지·척추·골반·대퇴골 구조는 일상생활 자체가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과 다름없는 수준의 강한 물리적 부담을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어깨 관절의 레버리지는 무거운 사냥감을 끌어당기거나 바위를 옮기는 동작에 최적화되어 있었고, 전완부와 손가락의 굽힘 패턴은 현대 UFC 헤비급 파이터나 NFL 라인맨을 넘어서는 그립 강도를 가능하게 한다. 이들의 골밀도는 현대인의 약 두 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며, 이 강도는 단순히 “뼈가 두껍다”는 수준이 아니라 충돌을 받아내는 구조 자체가 다르게 진화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비슷한 체중대의 현대 역도 선수나 스쿼트·데드리프트 챔피언과 비교해도, 네안데르탈인의 골격 레버리지는 무게 중심을 짧고 안정적으로 잡게 해 주기 때문에 절대 중량에서는 현대 인간이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에 머문다.
폭발력 역시 짧고 굵은 하지 구조 때문에 매우 높았다. 긴 다리와 가벼운 몸으로 속도를 유지하는 사피엔스와 달리, 네안데르탈인은 0~20미터 구간 가속력에서 특히 강점을 갖는다. 낮은 무게중심, 강한 대둔근·햄스트링·종아리 조합은 사냥에서 필요한 “짧은 순간의 폭발적 힘”을 극대화했다. 반면 100미터 이상이나 지속된 장거리 추적 상황에서는 사피엔스의 길고 가벼운 다리가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즉, 네안데르탈인은 근거리의 전투형 스프린터, 사피엔스는 지구력 기반의 마라토너형 사냥꾼이었다. 네안데르탈인은 생존을 곰, 호랑이 등과 같은 대형 포유류에 의존한 것을 보면, 그들의 피지컬적 우월성을 가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졌다면 생존 경쟁에서 오히려 유리해야 한다는 직관이 성립한다. 그러나 진화의 선택은 “힘의 크기”가 아니라 “체계의 지속 가능성”에 의해 결정된다. 네안데르탈인은 강했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유연했다. 네안데르탈인의 두뇌 용적은 평균 1,640cc로 현대 인류보다 더 컸지만, 구조적으로 시각 처리·공간 인지·운동 조절 영역이 발달했고,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언어 기반 협력·추상적 계획 수립 능력은 호모 사피엔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즉, 네안데르탈인의 두뇌는 “자기 몸을 정밀하게 움직여 직접 해결하는 생존 방식”에 특화되었고, 사피엔스의 두뇌는 “집단을 조직하여 문제를 분업으로 해결하는 방식”에 구조적으로 유리했다.
이 차이는 집단 규모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네안데르탈인은 대체로 5~15명 규모의 작은 친족 집단으로 생활했지만, 사피엔스는 50~150명에 이르는 집단을 형성했고, 집단 간 왕래·교류·연합을 통해 더 큰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작은 집단은 단기적 충돌에서는 강하지만, 장기간의 자원 부족·질병·한파·육아 부담·배우자 부족 상황에서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반대로 사피엔스는 기술·식량·지식·배우자·의례·언어와 같은 사회적 자본을 교환하면서 위기 상황을 집단 전체가 흡수하는 구조를 발전시켰다. 결국 힘의 절대치는 네안데르탈인이 우세했지만, “위기에 대응하는 집단의 적응 능력”은 사피엔스가 월등히 앞섰다.
기후 변화는 이 차이를 더 분명히 했다. 약 4만 2천 년 전 이후 유럽의 기후는 갑작스러운 한랭화와 식량 감소를 겪었다. 네안데르탈인의 생존경제는 대형 포유류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에, 매머드·사슴·야생마와 같은 주요 사냥감이 줄어들자 집단 구조 전체가 흔들렸다. 호모 사피엔스는 장거리 이동·해안 채집·어로 기술을 결합하여 식량원을 분산했고, 서로 다른 집단 간 기술과 자원을 교환하면서 위기를 상쇄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이 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개체 수가 점진적으로 줄어들었고, 사피엔스는 감소한 공간으로 접근하여 상호 교류를 증가시켰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현대의 유전체 연구가 네안데르탈인의 운명을 “전쟁으로 패배한 절멸”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날 아시아·유럽인의 DNA 중 1~4%가 네안데르탈인 기원이며, 면역·피부·모발·지방대사·체온조절·산소 활용 등 생리적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 상당수가 그들에게서 왔다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연구가 확인한 바다. 네안데르탈인은 단순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피엔스와의 혼혈을 통해 유전적으로 흡수·동화되었고, 그 결과 인류 전체의 적응력이 다양해졌다. 즉, 네안데르탈인의 소멸은 개체수의 감소이지, 문화와 유전적 흔적까지 사라진 소멸이 아니다.
결국 네안데르탈인은 “가장 강한 몸을 가진 인간형”이었지만, 사피엔스는 “가장 오래 버티는 생존 시스템”을 가진 인간형이었다. 네안데르탈인의 몸은 압도적이었으나 유지 비용이 높았고, 집단 규모가 작고, 문화·기술·언어·교역을 통한 축적 능력에서 불리했다. 사피엔스는 조금 더 약했지만 훨씬 덜 먹고 더 멀리 이동할 수 있었고, 서로 연결되어 지식을 세대 간 축적하며 위기를 시스템 전체가 흡수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진화는 순간의 힘보다, 긴 시간 동안 복잡한 환경 변화를 견딜 수 있는 구조를 선택한다. 네안데르탈인의 피지컬은 결국 “개인의 힘”이었고, 사피엔스의 능력은 “집단의 힘”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네안데르탈인의 유산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추위에 강한 체온 조절, 독특한 면역 반응, 지방 대사, 일부 신체 발달 특성 등은 오늘의 인류에게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절멸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로 인간이라는 종 안에 흡수되어 남아 있다는 의미다. 강함은 소멸했고, 구조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 강함을 가능하게 했던 유전적 흔적은 지금도 조용히, 우리의 몸 어딘가에서 기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