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朔)

모든 것이 차분해지는 시즌이다.

by stephanette

*사진: 마이 문 페이즈 어플리케이션


오늘은 삭이다.


나의 첫사랑은 서점에서 책을 읽다가 민망해지면,

당시에는 대개 작은 서점들이었으니 오랫동안 책을 읽고 있자면 눈치가 보였다.

소크라테스의 저서가 있냐고 물어본다고 했다.

그런 것이 있을리 만무하다.

다들 알다시피 소크라테스의 모든 말은 그 제자 플라톤이 정리한 책 밖에 없다.


오늘 같은 날 첫사랑과 연락을 한다면,

"오늘은 삭이야, 달보러 가자"라고 했을 것이다.

삭의 시즌에 달이 있을리 만무하다.

영 만날 일은 없겠군.


오늘 같은 날,

달이 보이지 않는 ‘삭’의 시즌이 오면

나는 감정과 기억이 모두 차분히 내려앉는 경험을 한다.




1. 모든 것이 사라지는 시즌이다.

달 에너지의 제로


달은

물, 감정, 무의식, 생체 리듬, 꿈과 잠, 호르몬과 연결된다.

그래서 달빛이 사라지는 삭은

감정의 외적 활성도가 최소로 떨어지는 시기이다.


드라마틱한 감정이 줄고

깊은 곳으로 잠기고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둔화된다.

달 주기 연구(chronobiology)에서 실제로 확인되는 패턴이다.


2. 달 주기에 따라 생체리듬과 호르몬 신경계는 다운시프트하는 시점이다.

멜라토닌, 코르티솔, 세로토닌 수치가 미세하게 변한다.

그러니 신월 즉 삭의 직전과 직후에는

교감신경 활동이 낮아지고

부교감신경 활성도가 높아지며

신체가 안정모드로 진입한다.


달빛이 없는 환경은

뇌의 각성도를 낮추고

내부 처리를 활성화 시킨다.


삭의 시즌에는

감정 폭발의 감소

판단력과 통찰력의 증가

자기 성찰 루프의 활성화

정적인 내면으로의 회귀에 유리하다.


3. 감정의 침전기

모든 감정은 고양, 유지, 해소의 3단계를 거친다.

그 중의 3단계가 바로 감정의 침전기이다.

내면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서 재정렬 중인 상태이다.

분노는 목적성을 잃고

슬픔이 변질되어 조용한 여운이 되고

긴장이 미세하게 풀리고

감정 에너지가 내면 깊숙한 층으로 흡수된다.


삭은 신월이라고도 한다.

신월은 무의식의 리셋 포인트이다.

4. 영적 재정렬의 지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무의식의 문이 가장 깊게 열리고

감정적 노이즈가 최소화되고

정체성 파동이 가장 낮게 깔리고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심층 의식이 전면으로 떠오르는 날이다.


중심 감정이 차분해지고

생각이 명료해지고

외부 인간관계 노이즈가 줄고

자기 본심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다.


5. 인지과학- 감정의 재부팅 기간

신월에 맞춰 인간의 뇌는 기억, 감정 처리 회로를 재정렬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전두엽의 과잉 활성도가 줄고

편도체의 반응성이 낮아지며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강해진다.

즉, 생존 모드에서 존재 모드로 이동한다.


이는 이런 식으로 체감된다.

감정의 표면적 소음이 줄어든다

차분해진다

방향성의 제점검

선택과 결단의 전조




나는 삭의 시즌에 가장 평온해진다.

그래서 주로 다음 한 달의 계획을 세운다.


이것이 삭의 시즌의 정체이다.

그래서 새달의 시작은 언제나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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