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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위한 엄마의 처방전 2

크로아티아 메주고리에 성지순례 2

by stephanette


국경을 넘어 들어가면서

길가에 있는 표지판들은 총알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어.


어떤 성당에 갔었는데,

그곳은

1990년 유고슬라비아 내전과

1990년대 초반 크로아티아 전쟁으로 인한 학살로

성당 안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죽였다는 설명을 들었어.


물론, 정확하진 않아.

이미 20~30년 전에 갔던 성지 순례에 대한 이야기니까.

국제 재판과 전범 처벌 등 뭔가 명확하게 이유를 모르는

학살과 보복 학살들이 무차별하게 벌어졌던 곳이란 건 알아.


크로아티아 내의 메주고리에라는 지역은

매일 성모님이 발현한다는 성지야.

난 가서 알았어.

하늘과 바로 통해 있는 땅이더라.

그래서 기적은 너무나 흔하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어.

한국 사람들이 그곳이 좋아서 체류하는 경우도 많았어.


그저 허허벌판이었고,

마을의 가운데 성당이 있어.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미사에 참여를 했어.

성모님의 메시지는 매일 게시가 되고 방송으로 나와.

주로, 회개, 기도, 단식, 성경 묵상, 고해성사 등을 하라는 내용이야.


난 그곳에 가서 내 삶이 매우 많이 변했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게 되었거든.

아니, 이미 환영이나 환청을 듣고 있었는데

그 곳에 가서 다 열려버렸지.


성당에서 미사를 시작하기 전,

같이 갔던 신부님이 앞에 계셨어.

해외 각국에서 온 신부님들이 미사를 도와주고 그랬던 것 같아.

동행했던 신부님이 제단에 계시는데,

그분 허리춤에 원숭이 같은 그런 게 보이더라.

난 잘못 봤는 줄 알았어.

자세히 보니까

빨간색의 원숭이 같은 것들이 신부님 허리에 매달려 있었어.

너무 흥겨워서 희희낙락하며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놀고 있더라고. 마치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것처럼

엉덩이에는 빨간색 기다란 꼬리가 달려있고, 꼬리 끝에는 작은 삼각형이 있었어.

머리에는 뿔이 달리고.

너무 전형적인 악마의 모습이잖아. 그것도 여러 마리가.


나중에 신부님에 대해 들은 이야기는

그 신부님이 몸이 많이 편찮으셔서 일을 못하고 쉬는 참에

성지 순례를 온 거라고.

아마도 내가 본 건 질병을 일으키는 그런 악마들이었나 싶었어.

그런데 너무 흥겨워했으니 당분간은 많이 아프실 것 같더라.


이상하지? 내가 생각해도 이상해.

뭐 나 혼자 만의 망상이라고 한다면

그렇다고 하자.


이제와서 하는 생각은

그저 흘러가는 좋은 혹은 나쁜 에너지들이

나에게는

가끔 예상치 않고

의도치 않은 순간에

이미지로 보이는 정도인 것 같아.


다음 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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