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웬 가족체계이론 – 자기 분화에 대해서
*사진: Unsplash
나는 읽던 텍스트들은 주로 요약 발췌해서 저장하는데, 머레이 보웬 박사의 '자기 분화'와 관련한 이 글은 단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그래서 필사를 했다. 그 와중에 글의 문단 형식과 표현을 조금 바꾸었다. 원본글은 이전글이다.
- 출처: 보웬 가족 연구 센터, 조지타운 대학교 가족센터(1975~), 머레이 보웬 박사 이론의 발전과 보급에 헌신
자기분화(Differentiation of Self)
가족이나 다른 사회적 집단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지에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사람마다 그런 영향에 휘둘리는 정도가 다르고, 집단마다 ‘다 같이 똑같이 생각하라’는 압력이 강한 곳도 있고 약한 곳도 있다.
이 차이는 결국 각 개인이 가진 ‘자기분화 수준’의 차이에서 나온다.
자기(Self)라는 것이 덜 발달될수록,
남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 기능이 쉽게 흔들리고
동시에 나도 남을 통제하려 들게 된다. (대놓고든, 수동적인 방식으로든)
자기의 기본 재료는 타고나지만,
어릴 때와 청소년기에 겪는 가족 관계가
그 사람이 얼마나 자기다운 ‘자기’를 키워내는지를 크게 좌우한다.
한 번 형성된 자기 수준은,
특별히 구조화된 장기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잘 변하지 않는다.
1. 자기분화가 낮을 때 나타나는 모습들
자기가 잘 분화되지 않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인정과 칭찬에 과도하게 의존한다.
그래서 두 가지 극단으로 많이 간다.
가. 카멜레온 타입
상황과 사람에 따라
생각·말·행동을 빠르게 바꿔서 상대에게 맞춘다.
나. 불도저/불링 타입
“내가 맞다”를 강하게 밀어붙이며
남들이 자기 기준에 맞게 행동하도록 압박한다.
겉모습은 정반대처럼 보여도,
둘 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의존성은 비슷하다.
차이점은
카멜레온은 “당신 말이 맞아요” 쪽으로,
불행은 “다 나처럼 생각해야 해” 쪽으로 휘는 것뿐.
그래서 반항아도 자기분화가 낮을 수 있다.
늘 남이 하는 말의 반대로만 움직이면서
그걸 “난 나만의 자기야”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사실은 여전히 타인의 입장에 매여 있는 셈이다.
2. 자기분화가 잘 된 사람의 모습
자기가 잘 분화된 사람은
자신이 현실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갈등·비난·거절 앞에서
머리가 새하얘지거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사실에 기반한 생각과, 감정에 뒤섞인 생각을 구분할 수 있다.
충분히 숙고해서 세운 원칙들이
가족 문제나 사회적 이슈에서 결정을 내릴 때 기준이 된다.
그래서 그때그때 감정에 휘둘리는 정도가 훨씬 적다.
이 사람은
말과 행동이 잘 맞고,
집단을 위해 희생할 수도 있지만
그건 관계의 압력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자기 판단에 따른 선택이다.
자기 생각에 대한 기본적인 자신감이 있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지지해도 맹목적인 추종자가 되지 않고
동의하지 않을 때도 극단적으로 편 갈라 싸우지 않는다.
자기를 드러내되 공격적이지 않고,
양보하라는 압력이 와도
애매하게 질질 끌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는 태도를 취할 수 있다.
3. 사회 전체의 스펙트럼
어느 사회든
자기분화가 높은 단계와 낮은 단계
그 사이의 여러 단계에 걸친 사람들이 섞여 있다.
그래서 가족이나 집단마다
정서적으로 서로 얼마나 밀착·의존되어 있는지 정도가 다르다.
정서적 의존성이 강할수록,
그 집단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갈등과 불안을 크게 키우지 않고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모든 사람에게는
일·관계에서 어려운 시기가 찾아오지만,
자기분화가 낮은 개인과 가족은
만성불안이 높아지기 쉬운 환경에 더 자주 놓이고
그만큼 더 심각한 문제를 겪을 위험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