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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휘둘리지도 타인을 조정하지도 않는 가족-사례

보웬 가족체계이론 – 자기 분화

by stephanette

나는 읽던 텍스트들은 주로 요약 발췌해서 저장하는데, 머레이 보웬 박사의 '자기 분화'와 관련한 이 글은 단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 출처: 보웬 가족 연구 센터, 조지타운 대학교 가족센터(1975~), 머레이 보웬 박사 이론의 발전과 보급에 헌신


부부와 딸, 마이클–마사–에이미 삼각관계

이 셋이 자기분화가 높은 사람들일 때의 예시이다.


1. 결혼 초반

마이클과 마사는 결혼 초반 2년 동안 꽤 행복했다.

마이클은 큰 결정을 자기가 맡는 걸 좋아했지만

“내가 항상 더 잘 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늘 마사에게 솔직히 말했고,

마사의 의견도 귀 기울여 들었다.

둘의 대화는 대체로 숙고된 대화였고,

결정은 둘의 중요한 관심사와 필요를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내려졌다.

마사는

마이클의 책임감과 결단력에 끌렸지만,

동시에 “나도 내 머리로 생각하고, 내 의견을 말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살았다.

그래서 마이클이 늘 더 잘 알 거라고 가정하지 않았다.


해설

결혼 초반, 특히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스트레스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자기분화가 중간인 부부,

자기분화가 높은 부부

의 차이가 잘 안 드러날 수 있다.

보웬 관점에서 보면,

스트레스가 심해져야

그 가족의 적응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드러난다.


2. 임신과 출산 전후

결혼 3년 차, 마사가 임신을 했다.

임신 기간은 비교적 순조로웠고,

육체적인 불편은 있었지만 잘 감당했다.

마사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있었지만,

이 감정을 스스로 충분히 다룰 수 있다고 느꼈다.


마사는:

이 두려움에 대해 마이클과 자주 이야기했지만,

그가 자기 불안을 해결해주길 바라기보다

“말로 꺼내놓으면서 내 생각을 더 분명히 하는 과정”으로 삼았다.


마이클은:

마사의 이야기를 들어주되,

위에서 내려다보듯 ‘토닥이며 훈계하는’ 식이 아니라

진지한 대화 상대처럼 있었다.

자신 역시 앞으로의 변화가 두려운 지점이 있다는 걸 인식하고,

그걸 마사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해설

임신과 출산을 앞둔 변화는

당연히 둘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의 불안을 키우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하지 않고

각자 자기 불안을 감당하면서

상대에게는 자원/지지로 남는다.

마사는 마이클에게 기대는 부분이 있지만

그가 해줄 수 있는 것과 해줄 수 없는 것의 현실적인 한계를 안다.

마이클도 마사의 기대에 과하게 반응해서

“내가 다 해결해줘야 해!”에 매이지 않고,

자신 역시 불안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3. 아이가 태어난 뒤

딸아이가 태어났고, 이름은 에이미가 되었다.

출산 과정도 비교적 순조로웠고,

마사는 병원에서 퇴원할 때 이미 꽤 잘 회복된 상태였다.

출산 후 몇 달 동안의 육아는

물론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그녀는

아기가 잘못될까 하는 과도한 걱정에 휩쓸리지 않았고

“내가 엄마로서 충분한가?”라는 불안에 매몰되지도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자기 생각과 감정을 마이클과 나누되,

그가 자신을 편하게 해줘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마이클은:

일에서 오는 압박이 늘어났지만,

정서적으로는 계속 마사에게 접근 가능한 상태를 유지했다.

(바빠서 직접 곁에 없을 때에도 최소한 통화는 했다.)

일에 대한 걱정이 있긴 했지만

그 불안을 마사에게 끝없이 떠넘기지 않았다.

마사가 물을 때, 사실 위주로 이야기하고

그녀가 관심을 보여주는 걸 고맙게 여겼다.

그는 가끔

“마사가 안 불안했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했지만,

마사가 스스로 그 불안을 관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무조건 다 해결해줘야 할 의무감에 짓눌리지 않았다.


해설

마사는 자기라는 기반이 비교적 탄탄하기 때문에,

에이미를 돌보는 일을

요구와 책임의 무게에 짓눌려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인다.


마이클 역시

자기 안의 죄책감과 불안을 관찰할 줄 알아서,

일 때문에 집을 비우면서도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둘 다 서로가 겪는 압박을 인정하지만,

“나만 힘들다”고 과장하거나

상대를 원망하는 방식으로 키우지 않는다.

서로의 헌신과 충성을 기본값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확인받고 싶어 하는 불안한 점검이 적다.


두 사람이 이런 방식으로 서로에게 안정감을 주니,

부부 갈등을 메우기 위해

딸 에이미를 감정적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에이미는 엄마의 공허함을 메워줘야 하는 위치에 놓이지 않는다.


4. 아이와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모습

몇 달이 지나자

마이클과 마사는 둘이서만 시간을 보내는 여유도 조금씩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사의 “엄마로서의 불안”은 자연스럽게 줄었고

에이미를 특별히 불안한 아이로 바라보지 않았다.


마사는:

에이미를 긍정적으로 보되,

아이의 자존감을 키운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칭찬하고 떠받들지 않았다.


마사와 마이클 둘은:

에이미에 대해 나누는 생각과 감정이 있었지만

언제나 아이 이야기에만 매달려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에이미를 정말 기쁘게 맞이했고,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에이미는 자라면서 책임감 있는 아이가 되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한계를 어렴풋이 알고

그 한계를 대체로 존중했다.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떼를 써서 자기 뜻을 관철시키려 하지 않았다.


마이클은 에이미를 자주 비난하지 않았고,

마사도 그 드문 비난조차 무조건 막아서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마이클과 딸 에이미는 자기들 관계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었다.

에이미는 두 부모와 모두 편안했고,

주변 환경을 탐색하는 것도 즐거워했다.


해설

마이클과 마사는 딸 에이미를

“나의 일부”가 아니라 분리된 존재로 볼 수 있다.

에이미와 부모 사이에 초기 단계의 자기분화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부부는

아이 출산과

일의 부담 증가라는 스트레스에 잘 적응했다.


자기분화 수준이 높기 때문에,

셋은 서로 가깝게 지내면서도

불안을 메우려고 삼각관계를 만들지 않고

각자의 자리를 비교적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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