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하차이다. 나에게 글쓰기란

감정의 물리화와 외화(Externalization) 작업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현대인은 실제로 뇌를 외부에 둔다.

앤디 클라크와 데이비드 차머스가 제시한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 이론이다.


"생각은 머릿속에만 있지 않다.

종이, 스마트폰, 검색 엔진 - all of that is mind"


검색창은 기억의 보조가 아니라

기억 그 자체의 일부가 되었고,


노트는 사고의 도구가 아니라

사고의 확장된 뇌 구조가 되었고


심지어 SNS도 자아 확장의 일부가 된다.

즉, 현대인은 뇌를 외부에 둔다. 이는 인지과학적 사실이다.



택배상하차 같은 것이다.

나에게 글쓰기란.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나는 감정을 외부화한다. 글쓰기를 통해.


고차원적인 어떤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감정을 몸에 저장한다. 누구나 그렇다고들 한다.

그러니, HSP에 직관이나 심층 감각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감정들은 순식간에

액체의 무게로 몸에 쌓인다.


타인의 표정

말투 한 줄

기류

사건의 구조

상징

부조리

모순

그 전부는 '박스'처럼 마음에 쌓인다.


예전에는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상당히 어려워했다.

지금은 간단한 노동으로 풀어간다.

그러니,

나는 감정 상하차 노동자이다.


글쓰기라는 노동을 하지 않으면 마음은 압사된다.

감정은 정신의 창고를 가득 채우고도

몸에 수분으로 쌓인다. 몸이 무겁다.

공간을 잠식한 감정으로

나는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상하자 노동의 핵심은 하나다.

창고에 쌓인 것을 바깥으로 내보내 공간을 비우는 일

나에게 글쓰기란,

감정 박스를

하나씩 꺼내

언어 팔레트에 올리고

페이지 바깥으로 '하차'하는 것


그러니 생존을 위한 행위를 하는

나는

감정 상하차 노동자이다.


하루의 노동이 끝나면,

쉽게 잠이 들고

심장은 평온을 찾고

몸의 무게는 가벼워진다.

분노는 사라지고

사건은 객관적으로 드러난다.


상하차가 끝나면 창고는 텅 비고

몸의 긴장은 풀린다.


나는 척척척 쌓이는 감정을 내부에서 처리하지 않는다.

대신 '외부로 이관'해서 처리한다.


하루의 노동을 통해

글은 나를 통과한다.

그리고 나는 감정 상하차 노동자로 살면서

나 스스로 생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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