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들이 배치된 오래된 지도 위에서
*사진: Unsplash
'물의 연대기'를 읽고 있다.
상당히 고통스럽다.
타인의 고통을 안다고 해서
나의 고통이 사라지거나 위로 받지는 않는다.
한때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면서
당시 내 삶의 상실과 우울에 대해
위로 받았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나 하나만은 아니구나라고.
그러나 요즘은
고통에 대한 글을 읽기가 힘들다.
아이를 낳고 나서
아이와 관련된 사건사고 뉴스가 나오면 티비를 껐다.
도저히 들을 수가 없었다. 눈물이 나서.
아마도 그런 심정과 같은 것이다.
자전적 소설 그것도 자신의 고통에 대한 글은
이제는 읽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인연이 닿았으니 읽기를 중간에 그만둘 생각은 없다.
자전적 소설을 쓰려고
수십년을 생각해왔다.
쓰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고통스러운 순간은 쌓여서
고통의 총량은 과거와 비교도 안되게 커졌다.
알지 못했던 과거를 깨닫게 되는 것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
아마, 내가 자전적 소설을 쓴다면
첫장에는 지도를 그려넣을 것이다.
빌런들이 배치된 오래되어 낡은 지도
글쎄, 그 공간에는
그나마 들판에 꽃이라도 피어있으려나 모르겠다.
온통 전쟁터라면
폐허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