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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에 대해서

책을 내면 뭐가 좋아?

by stephanette

우리 아빠는 매우 '옵새'라서

난 십대가 가장 힘들었어.


* 옵새: 옵새시브(Obsessive)에서 나온 말로,

강박적인, 집착하는, 지나치게 몰두하는, 편집증적인 그런 의미이고

의대생들이 주로 쓰지. 옵새라고.

예를 들면,

쪽지 시험을 보는데 교과서에 족보에 관련 자료들을 다 읽고

시험을 치는 사람을 옵새라고 지칭해.

아무리 노력해도 시간적으로 그건 불가하거든.


난 자유로운 예술가형이고 무계획인 인간인데

아빠는 매우 성취지향형의 자기 삶을 통제하는 유형이라

너무나 괴로운 십대를 보냈으나,

그래도 그 덕에 나는 현생을 잘 살고 있어.


그러니, 부모님으로 인해 괴로웠던 과거 덕에

현생의 나는 매우 계획적이고 성취지향적이고

밥벌이를 잘하는 그런 인간이 된거야.


어쨌든,

아빠를 만났더니,

아니나 다를까 출판에 대해서 몇시간을 말씀을 하시길래

대외비 그런걸 다 듣고는

그러다가 결국은 내가 아는 걸 마구 이야기 하고 말았어.


역시 난 고분고분 그런 착한 딸은 아니되는 듯해.

인정과 칭찬

어째서 그게 안되는 거야?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런쪽으로만 가는 건지.


누군 그러더라고

남자를 만나려면

고분고분하고 다소 멍청해야한다고

그래, 그래서 나도

그거 있잖아. 백치미

그런걸 길러보려고도 했거든.

그런데 안되는데 어쩌나.

나도 나 좋을대로 하고 살려고.


여성성이 완성되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의 나는 백치미

혹은 상대에게 맞춰주는 그런 건 모르겠어.


가끔은 남자로 태어났다면

세상 호령하며 잘난맛에 살 수 있었겠다 싶지만

뭐, 이렇게 태어난 걸

방법이 없지.


지혜롭지 않다고 한다면 아직 그런가봐.

혹은

내 본성대로 살아도 된다고 한다면

너무 좋지. 그 정도로 생각해.


어쨌든,

아빠의 구구절절

아마존부터 교보문고까지의 출판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


출판은 왜 하는거야?

꼭 페이퍼 북으로 책을 내야하는건가?


브런치는 그냥 나의 기억 저장소라고 생각하는데.


그랬더니, 아빠는

그 동안 수많은 자료를 쌓아둔

블로그도 없어지고

블로그가 없어진다고 해서 옮겼는데

결국은

스토리도 없어졌다며


하아.. 그럼 이 곳 브런치도 없어질 수 있는걸까?

난 백업도 안했는데.

하긴 뭐 내 수백개의 글들이 다 없어져도

딱히 미련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간간히 읽어보려고

저장해둔건데.

나에겐 기억의 창고 같은 거라고.


어쨌든, 비용이 많이 드는 플랫폼은 아니니

당분간은 안심 아닐까?

인세는 그다지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되니까.

심심풀이 취미로 그냥 글쓰기 놀기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어.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것도 아니니까.


강연을 하기 위한 책 출판은 좋겠지만

하던 강연도 그만둬서 내가 할 말은 아닌거 같아.


책만 써서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인것 같아.

그럼 본업도 접고 책을 쓸 수 있겠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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