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인절미와 단맛의 미학

어떤 감정은 가루까지 털어 먹는다.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단맛은 금기의 맛이 되었다.

몸을 해치고 마음을 흐트러뜨리는 유혹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단맛은 인간을 타락시키지 않고,

오히려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호박인절미를 먹었다.

푹신한 카스테라에 파묻힌 층층이 쌓인 황금색 떡

입 안 가득 포만감을 채운다.

마음의 허기짐을 남김없이 날려버리는 그 부피감

태양의 따뜻함을 느꼈다.

그 끝맛은 호박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사르륵 녹아든다.

타고난 본연의 그 맛은

자아의 경계를 내리고 영혼을 위로한다.

그 덕에 떨어진 카스테라 가루까지 털어먹게 된다.


단맛은 그것 자체로는 빛도 어둠도 아니다.

쓰이는 방식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영혼의 위안이 될 수도 있다.


호박의 그 단맛이 남긴 여운은

내게 알려주었다.

상처와 피로, 오랜 고통의 잔향 속에서도

그럼에도 삶은 다시 빛을 향해 또다시 나아간다.

태양처럼 밝히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말보다 조용한 행동으로,

지켜야 할 가치를 놓지 않고 살아내는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현생을 사는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그 고통과 상처에도

여전히 밝히는 존재로 지치지 않고 계속 살아내기를


현생의 간난신고에도

어둠을 밝혀주는 태양 같은 이들이

소리 없이 묵묵히 살아내고 있음에

우리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태양이 길러낸 호박의 단맛이

나에게 알려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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