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맹대감 병문안

릴리시카, 간만에 혈맹대감을 방문하다.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릴리시카 오랫만에 혈맹 3순위인 대감을 방문했다.

그간의 일들은 혈맹대감은 모르는 상태이다.

전생이나 부서진 탑이나 철문에 대해서.

알아봤자 날뛰는 혈맹대감을 뜯어 말리는 것이 더 힘들 것이다.

본인보다 더 자기일처럼 나서줄 혈맹의 존재 자체로도 힘이 된다.


릴리: 대감, 계시오?


혈맹대감: 에헴..


릴리: 대감, 어찌 이리 누워버리신게요?


혈맹대감: 콜록콜록.. 그게 외국에서 온 역병이라던데


릴리: 저런.. 어쩌다가 이지경이 되도록 연락 한번 없으셨오?


혈맹대감: 돌봐야할 식솔들이 많으니 며칠 바쁘게 지냈지요. 어쩔 수 없지 않소.


릴리: 그러게요. 대감 덕분에 올해를 보내는 마무리 모임도 파투가 나버렸지 뭐요.


혈맹대감: 그게 나 때문은 아니지요.


릴리: 하긴, 뭐 대감이 워낙 바쁘시니 늘 참석을 안하시긴 하셨지요.


혈맹대감: 그럼 다른 혈맹들은 별고 없겠지요?


릴리: 다들 태평하지요. 무슨 일이랄 것이 있겠습니까?


혈맹대감: 도통 연통이 없어서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있나 했습니다. 에헴..


릴리: 대감, 무슨 그런 걱정을 하십니까. 그 중에 제가 가장 멀쩡하게 지내고 있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가을이 되었으니 생강을 한 포 사다가 생강청을 담을까 하고 있었지요.

꿀을 듬뿍 넣어서 미리 만들어뒀으면 대감께도 한 병 드릴 수 있었을텐데, 아쉽지 뭡니까.


혈맹대감: 그런데 어째 안색은 아픈 나보다 더 안좋습니다.


릴리: 그건 날이 추워져서 산보를 못해서 그런거구요. 제 걱정은 마시고 어서 쾌차하시지요. 대감.


혈맹대감: 어째 오늘 분위기가 심상치 않소.


릴리: 그건 대감이 아파서 그런 것일뿐, 매우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려.


혈맹대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언제든지 부르시오.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달려가리다.


릴리: 오호호호 역시 대감이오. 그런 걱정일랑 말고, 송년회나 다시 어찌 해보시지요.

설령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해도

혈맹들이 다 모이면 싹 다 잊을 수 있을테니까요. 대감.


혈맹대감: 아시지 않소. 이 몸은 사람 많은 곳은 질색이오. 조촐하게 둘 셋만 모이도록 하지요.


릴리: 그것도 나쁘지 않지요. 그럼, 대감 어여 일어나시지요. 외국의 역병이라니... 쯧쯧.


혈맹대감: 릴리 누님도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도록 하시오. 이번 역병은 진짜 지독합니다.


릴리: 그 걱정은 마시고 어여 일어나시오. 연말이 얼마 안남았으니.

이번 모임은 보름달 아래에서 시조라도 읊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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