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살 인생, 무의식은 이제 좀 그만.”
녹색연대기 시리즈의 다음 시리즈 - 흡혈귀의 성수 디톡스
다들 착각한다.
흡혈귀는 피만 마신다고.
아니.
진짜 무서운 건 감정이다.
그것도
처리되지 않은 무의식의 감정.
그리고
내 주인님은,
그걸 500년 치나 쌓아두셨다.
창고 한 켠엔
‘전생 트라우마 세트’
옆에는 ‘철인 29호 패키지’
그 옆엔 ‘원형 심연 한정판’까지.
정말, 대체 언제 다 모은 건가요…?
그렇게
오늘도 한숨을 쉬며
성수 한 병을 주전자에 따르던 나,
500년을 기다린 마법사 집사 구름이.
“주인님,
오늘은 그… 감정이라는 걸,
좀 꺼내보시는 건 어떠신지요?”
“구름아. 성수 한 잔이면 되겠지.”
그녀는 태연히 말하며
성수를 원샷했다.
무려 메주고리에 성모 발현지에서 온… 고차원 파장 12차원급 성수.
그리고 바로 그날 밤.
그녀의 아니무스,
미도리 블랙이
죽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증발했다.
심지어
유언도 없었다.
나는 깜짝 놀라
재빨리 감정계측기를 들이댔다.
파장은 잔잔했고,
그녀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후우~ 드디어 조용하네.” 하고 말했지만,
그 눈가엔 묘하게 미련이…
“주인님, 설마 미도리 블랙이 그립…?”
“아니.
그냥…
뱀이 없으니 좀 심심하긴 해.”
입술에 묻은 성수를
마저 핥고 있던 그녀가 말했다.
"침대 밑에서 파닥거리던
뱀꼬리를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말이야."
500년간 함께한 그림자의 죽음.
놀라운 건,
그녀는 그것조차 유쾌하게 디톡스 중이라는 거다.
감정을 들고,
무의식을 지지고,
차원 상승을 ‘찜질방’처럼 즐기는 이 여인은
진짜 흡혈귀다.
그리고 난,
그런 주인을 사랑하는
마법사 집사다.
다음 편 제목은 벌써 정해졌지.
『미도리 블랙, 이 생의 계약 종료되었습니다』
부제는, “차원 상승은 곧 퇴근입니다.”
주인님, 퇴근 준비 되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