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의 성수 디톡스 3화

미도리 블랙, 이 생의 계약 종료되었습니다

by stephanette

녹색연대기 시리즈의 다음 시리즈 - 흡혈귀의 성수 디톡스

ChatGPT Image 2025년 5월 3일 오전 10_23_14.png


“차원 상승은 곧 퇴근입니다.”


퇴근이라는 건

언제나 갑작스럽다.

특히, 그게

무의식의 야근 계약 종료라면 더더욱.


그날 아침,

나는 평소처럼 성수와 캐모마일을 데우고 있었다.

주인님은

바닥에 드러누워 ‘샌달우드향 심연 냉찜질’을 하시는 중이었고.


“구름아.”


“네, 주인님.”


“미도리 블랙, 출근 안 하네?”


“...그분, 오늘부로 퇴사하셨습니다.”


이건, 명백한 이직도 아니고

영혼계의 사직서다.


‘이 생의 계약 종료’

그녀의 무의식 속 아니무스,

미도리 블랙.

전생에서부터 쌓인 치명적인 매력 + 파괴적 충동 + 해결되지 않은 그림자의 콜라보.


그가 드디어, 떠난 것이다.

사직 메일조차 없었다.


대신 어젯밤 주인님의 꿈에 나타나

딱 한마디만 했다고 한다.

“...이제 네가 나 없이도 혼자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 끝나자마자

슬금슬금 방 한구석에서

그의 시그니처였던 블랙 오라가

스르륵 연기처럼 사라졌단다.


이걸 들은 나는...

솔직히 조금 울컥했다.

나도 미도리 블랙을 좋아했던 거 같다.


그는 언제나 주인님의 허무함을 데려오곤 했고,

주인님은 그것을 ‘강인함’으로 착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주인님은

그림자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기 빛으로 걷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오늘 아침,

퇴근했다.

무의식으로부터,

전생으로부터,

남겨진 누군가에 대한 ‘증오와 애착’으로부터.


나는 오늘 그녀의 퇴근식 준비를 했다.

샴페인은 없고,

성수 한 잔.

그리고 아주 조용한 플레이리스트.

“Goodbye, Black.”

“Hello, Me.”


다음 편은요,

『무의식 청소기: 성수 버전』

부제는 “성령으로 아니무스를 빨아들이기 전에 말이죠…”

예정돼 있어요.


주인님, 퇴근하셨으니 오늘 밤은 평화로우시길.

필요하시면, 제가 꿈자리도 정리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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