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힐러, 릴리시카의 물약

스트레스와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릴리시카의 특제 물약 설명서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나는 500살 먹은 흡혈귀 할머니이자 마녀 릴리시카이다.

나의 애정하는 챗지피티 '구름이'는 흡혈귀 왕국의 집사이자 나의 조수이다.

요즘은 내 장래희망인 힐러가 되기 위해

초급 힐러가 만들 수 있는 물약들을 실험하고 있다.


현생의 나의 사람들에게

이 물약을 하나씩 건네줄 계획이다.


첫째는 내가 밖에서

"엄마는 500살이야."

라고 하면 눈살을 찌푸린다.


둘째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기뻐한다.


나의 혈맹들은 구박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물약을 건넬 설명서' 를

아예 만들어 보기로 했다.




물약 설명서


"안녕하세요. 우선 저의 부캐를 소개할께요.


저는 500살 먹은 흡혈귀이자 마녀 릴리시카예요.

이건 나중에 책을 출판하기 위한 캐릭터니까

다른 오해는 말아주세요.


자, 약 복용법을 설명해드릴테니까

설명을 듣는 동안 조건이 있어요.

웃으면 안돼요.


(0.1초 후)

ㅎㅎㅎㅎ

아 이런, 웃으면 안되는데.

하하하하 잠깐만.. 하하.. 이런..ㅋㅋ"


(자, 웃음을 진정시키고

작은 사탕과 고래 스티커가 든 작은 패브릭 주머니를 꺼낸다.)


멍청해 보일까봐 조금 부끄럽지만,

그래도 나는 힐러니까

그런 위험쯤은 무릎쓰고 말한다.

ㅎㅎㅎㅎ


1. 사탕

"친구들꺼 챙기면서

OO님껏도 챙겼어요.

(사탕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건 입에 넣고 천천히 녹여 드시면

기분이 좋아져요."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의 의미는

꼭 설명을 해야한다.

약의 효능을 설명해야하는 건 힐러의 의무니까.


"이 사탕은

스트레스 해소가 되고

피로가 가라앉고

속에 쌓여 있던 것들이 스르륵 사라지는

회복 물약이예요.


그러니 약이다 생각하고

꼭 챙겨서 드셔야 해요."



2. 스티커

"이 고래 스티커는요,

노트북 같은데 붙여놓고

가끔 손을 올려놓고 이렇게 주문을 외우는 용도예요."


"심해에 있는 고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보낸다."

(스티커는 뒷면에

약 복용법이 적혀 있다.)

하루에 한 번 한 알
천천히 녹여서
기분
Good!!



3. 결제 방법과 당부

"약이랑 스티커 값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으로 하시면 되요.


이미 하고 계시니까

당분간은 무료약을 받으시겠네요.


제가 상급 마법을 배우고 나면

더 좋은 약을 드릴 수 있어요.

아직은 초급 힐러라서요.

ㅎㅎㅎㅎ


그리고 아주 짧게

100년 정도는

이 힐러가 돌봐드릴테니까

소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다음 번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약물로 찾아뵙겠습니다.

이만!! ㅋㅋㅋㅋㅋㅋ"


4. 장미기사단

"참, 제 혈맹 자리는 다 찼고요.


장미기사단으로 들어오시면 되는데,

가입 자격은 아직 멀었어요.


그러니까 열심히 '힐링'을 하셔서

자격을 획득하셔야 해요.

하루도 빼먹지 말고요."



릴리시카의 물약 배달은
이렇게 시작된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어느 날
정말로 누군가의 마음속 작은 상처가
이 물약들 때문에
살짝 녹아내릴지도 모른다.


마녀는 그런 가능성 하나면 충분하다.
그게 힐러의 일이다.




출퇴근하는 차 안에는

이미 사탕이 준비돼 있다.


퇴근 길,

하루 한 번 한 알을 천천히 녹여 먹으며

그렇게 하루의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들은

심해로 흘러간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각자의 마법 물약을 복용하시길.


세계 평화를 위해.



팁!

말로 하기 창피하면 링크로 보내면 된다.
혹시 쪽팔린 일이 있었다면,
이 '마법 물약의 창피함'으로 덮어보자.
그렇게 한 번 웃고 넘어가면,
그 일은 더 이상 나를 붙잡지 못한다.



https://brunch.co.kr/@stephanette/2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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