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을 바라보며 널 생각했어 6

ver.01의 변주곡이다. 문학 평론 버전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천장을 바라보는 자의 윤리 - '스침'의 존재론과 감정의 현상학

릴리시카 「천정을 바라보며 널 생각했어」에 대한 문학·철학적 비평


이 시가 가장 먼저 드러내는 것은 감정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사랑의 고백이나 회상의 기록을 넘어서서 감정이라는 현상이 인식 속에서 어떻게 출현하는가를 미세하게 관찰한 텍스트로 읽혀야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핵심 개념은 ‘스침’, ‘반짝임’, ‘파문’이라는 세 가지 감각적 모티프다. 이 세 개념은 시 전체를 지탱하는 현상학적 구조물이며, 이를 통해 시는 감정이 어떻게 주체 내부에 출현하고 소멸하는가라는 질문을 펼쳐낸다.


1. 중심 테제 — “감정은 소유가 아니라 현상이다”

이 시의 중심 테제는 다음과 같다. 감정은 지속적 실체가 아니라, 주체의 내면 공간 속에서 ‘스쳐 지나가며 일시적으로 현전하는 사건’이다. 따라서 이 시는 “그 사람을 생각했다”는 고백이라기보다는, “어떤 감정이 내 존재 속에서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정밀하게 기술한 감정의 현상학적 보고서에 가깝다.


2. ‘스침’의 구조 — 타자가 등장하는 방식

시에서 “문득 스치고 지나가지”라는 구절은 이 작품의 핵심적 문장이다. 여기서 ‘너’라는 타자는 인격적 대상이 아니라, 기억의 경계면에서 반짝이는 존재론적 흔적으로 등장한다. 이것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진다.


비의도적 발생

“가끔은 생각지도 않게 떠올라” 감정은 주체가 초대한 것이 아니라, 초대 없이 찾아오는 손님처럼 출현한다.


비지속적 현전

“문득 스치고 지나가지” 이 감정은 지속성을 갖지 않는다. 스치는 것이 전부다. 이런 감정의 구조는 들뢰즈가 말한 사건(event)의 성격을 띤다. 즉, 감정은 내가 ‘갖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일어나는 것’이다.


3. ‘바라봄’의 윤리 — 타자의 초과성과 미침의 금지

“천정을 바라본다”라는 행동은 감정에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는 태도, 즉 ‘윤리적 거리 두기’를 상징한다. 여기에는 레비나스적 의미의 타자성 존중이 스며 있다. 주체는 타자를 소유하거나 해석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떠오른다’는 사실만 받아들이고, 감정의 출처가 된 타자를 침해하지 않는다. 이것이 시 전반을 지배하는 “차분해진 나를 느껴”라는 구절의 구조적 이유다. 차분함은 감정의 부재가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윤리적 태도다.


4. ‘반짝임’의 시간론 — 불연속적 과거의 재등장

“별자리의 별똥별이 스치듯이”라는 비유는 감정의 발생을 천문학적 스케일의 시간성으로 끌어올린다. 별똥별은 두 가지 속성을 가진다. 빛남과 소멸이 하나의 사건 속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과거의 파편이 현재의 시간에 침투한다. 즉, 이 시에서 떠오르는 ‘너’는 기억된 과거가 벗어나, 과거의 잔여물이 현재의 인식에 침입하는 방식으로 출현한다. 이는 후설이 말한 시간의식, 즉 지속의 흐름 속에서 출현하는 잔여적 현재성(retention)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5. ‘파문’의 존재론 — 감정의 확산과 소멸

마지막 연에서 등장하는 ‘파문’은 감정의 확산과 소멸을 동시에 담는다. 파문은 다음의 속성을 가진다. 중심이 없다 - 감정은 특정 대상을 향해 있지 않다. 형태가 없다 - 감정은 모양이 아니라 움직임이다. 소멸을 전제로 한다 - 감정은 영원하지 않다. 따라서 “언젠가는 사라질”이라는 구절은 감정의 자연스러운 생로병사를 인정하는 존재론적 성숙으로 읽힌다.


6. 사랑의 시가 아닌 이유 — 이 텍스트의 본질

표면적으로는 한 사람을 떠올리는 서정시이지만 이 시의 본질은 다음과 같다. 한 감정이 주체의 내면에서 발생하고 확산되고 소멸되는 과정을, 가장 미세한 단위까지 내려가 서술한 일종의 ‘정동 해부학’이다. 이 시는 ‘너’를 사랑하는 시가 아니라, ‘너를 떠올리는 나’를 바라보는 시다. 즉, 이 시의 주어는 ‘너’가 아니라 ‘나의 감정 운동’이다.


7. 종합 — 스치는 감정의 현상학

이 시가 독자에게 남기는 인상은 바로 이것이다. 감정은 잡을 수 없고, 붙잡을 수 없고, 오래 머물지도 않으며,

그러나 스치는 그 순간에만 강렬하게 현실이 된다. 이 작품은 인간이 사랑을 어떻게 말하느냐의 시가 아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간의 의식에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대한 현상학적 기록이다. 이 점에서 이 시는 신형철의 미학의 핵심, 즉 정서의 진동을 윤리적 거리에서 관찰하는 태도를 가장 정확하게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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