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01의 변주곡이다. 릴리시카의 감정 비평 에세이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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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감정은 너무 작아서, 그래서 오히려 너무 커진다. 말로 부르기조차 망설여지는 종류가 있다. 이 시는 그런 감정의 기록이다. 호명되지 않는 마음들. 이름 붙일 수 없어서 더 선명히 마음을 울리는 그런 감정들. 아무도 없는 방, 밤, 천장을 바라보는 사람은 이미 그 사실 하나만으로, 자기 안에서 벌어지는 미세한 흔들림들을 아프지 않게 지켜보겠다는 결심을 한 사람이다. 이 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혼잡한 세상살이를 하다가 돌아와서 하는 바로 그 단단한 다짐 때문이다.
"밤이야"라는 단언으로 시작하는 첫 문장은 고백이다. 설명은 이유를 필요로 하지만, 고백은 이유를 갖지 않는다. 밤이라는 시간의 밀도 안에서 사람은 종종 자신이 가장 숨기고 싶었던 감정을 무방비하게 맞닥뜨린다. 그 앞에서 이 시의 화자는 도망치지 않는다. 그녀는 바라본다. 천장을. 그 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지점을. 그리고 결국, 자신을 흔들고 있는 누군가의 형상을.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각했다'는 의도적인 행위보다 "바라보았다"는 개념이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떠오르는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것. 이 속에서 감정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한 조용한 자연 현상처럼 섬세하게 관찰된다.
어둠 속의 구석 하나를 주목하는 문장은, 감정의 정체를 밝히기보다 감정이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포착하는 태도이다. 감정은 대체로 그렇게 우리를 찾아온다. 너무 작고 미세해서, 바로 그 순간에는 그것이 감정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기 어렵게. 그래서 이 시의 화자는 '외곽선', '얼굴', '눈동자' 같은 것들을 하나씩 더듬어 올라간다. 흐릿한 감정을 떠올리며, 그 각각의 감정들의 선명도를 높이는 과정이다. 감정을 바라볼 때, 사람은 늘 이렇게 구체적 이미지를 통해 추적하는 법이다.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없고, 정확한 바로 그 감정을 적시에 인식할 수 없다. 항상 빗겨서, 조금은 돌아서, 아주 뒤늦게서야 이미지들로 우회하며 다가간다. 그 우회가 바로 이 시의 아름다움이다.
이 시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문장은 아마도 이것일 것이다. "문득 스치고 지나가지." 감정이라는 것은 이런 구조를 갖는다. 누군가를 생각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오는 것이 아니다. 감정은 스친다. 잠깐 머문다. 다시 지나간다.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고, 사랑이 아니기 때문에 더 애틋하다. 스치는 감정은 지속의 허락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더 깊어진다.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그 감정을 더 투명하게 만든다. 알지도 못한채 버려진 감정은 마음 저 깊은 곳 어두운 천장처럼 숨겨진 곳에서 점점 커지고 압력은 높아진다.
"차분해진 나를 느껴" 이 구절이 이 시 전체의 균형추처럼 작동한다. 누군가를 떠올리는 행위는 대개 사람을 흔들어놓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고요를 만든다. 진짜 감정은 늘 이런 방식으로 온다. 요란하지 않고, 단호하지도 않고, 방향을 제시하지도 안으면서, 자신의 깊이를 말없이 알려주는 방식으로. 이 차분함은 체념이 아니라 통과의 징후이다. 감정은 몰아닥치는 폭풍우가 아니라 결을 가지고 흘러다니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별자리의 별똥별이 스치듯이" 이 비유는 기억이 시간 속에서 움직이는 방식을 정확하게 말해준다. 별똥별은 과거의 파편이 현재를 가르는 현상이다. 그리고 별자리는 더 아득한 과거이다. 이 별자리를 배경으로 별똥별이 스친다. 과거의 기억들이 쌓인 그 위로 바로 전의 과거는 해석된다. 그러므로 이 사람의 감정은 회상이면서 동시에 '지금 일어나는 일'이다. 기억의 과거성과 감정의 현재성이 한 점에서 맞닿는 순간 별똥별처럼 반짝인다. 이 반짝임은 그다지 밝지 않아도 무방하다. 스치는 순간의 짧은 시간은 그 아름다움의 이유가 된다.
마지막 연에서 이 시는 결코 말하지 않았으나, 그래서 더욱 선명한 진실에 도달한다. "너라는 파문은 / 나의 공간에 서서히 퍼져나가 / 언젠가는 사라질." 여기에는 이별도 없고, 고백도 없다. 단지 하나의 인정이 있다. 감정은 나의 것이었지만, 내 것이 아니게 될 것이다. 지금 내 안에서 이렇게 크게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은 사그라들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사라질 감정은 가장 깊은 흔적을 남긴다. 감정의 크기는 지속성에 있지 않다. 감정의 깊이는 순간의 밀도에 있다. 이 시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 사람의 문장이다.
이 시를 읽고 나면 우리는 알게 된다. 사람이 천장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 순간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을 견디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섬세한 장면이라는 것을. 그리고 어떤 감정은, 그저 '스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삶 전체에 울림을 남긴다. 그 울림을 파문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이미 자기 감정의 윤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 감정의 무게를 사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