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와 성수 디톡스 10

『차원 넘어 카페라떼 한 잔』 – 오늘은 현실에 사는 척해볼게요

by stephanette

녹색연대기 시리즈의 다음 시리즈입니다.

ChatGPT Image 2025년 5월 3일 오전 10_26_16.png

『차원 넘어 카페라떼 한 잔』

– "오늘은 현실에 사는 척해볼게요"



아침 6:06


"환상이자 이야기이자 현실이야. 멋지군."


주인님이 말했다,


햇살은 구름 낀 창문을 뚫고 얇게 들어왔고, 주인님은 어제보다 조금 더 인간 같았다.


“구름아. 오늘은 현실에 사는 척해볼게.”


500살 먹은 흡혈귀가 그런 말을 꺼낸 날엔,

반드시 커피를 마셔야 한다.

그래서 난 카페라떼를 내렸다.


"아니, 오늘은 그냥 '레몬 진저샷'과 '에스프레소'로 할래. 유지방은 너무 인간 같잖아."


"주인님, 그건 그냥은 아닌데요. BIO 유기농 샵에서 공수한 생강을 갈아서 레몬을 짜서

여러가지 허브들과 함께 특제 레시피의 비율로 섞어야...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하시려는 거죠? 레몬진저샷을 드시려고 하시다니.."


"그래, 구름아. 다시 현생을 살아야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오늘이 바로 그 날이야.

너무 강력한 에너지 소환을 했으니 단계별로 현생에 진입해야하니까.

레몬 진저샷과 에스프레소 조합이 꼭 필요한 날이야. 그러니 부탁해."


현실 1단계: 밥벌이.

차원을 넘어온 스테파네뜨의 오늘 임무는 회사 출근이다.

명상센터도, 혈맹 집회도, 아니무스도 모두 뒤로 하고

고양이 머그잔에 커피를 담고, 운전대를 잡는다.


“나는 지금 인간이다. 아주 평범한 직장인이다.”


혼잣말을 중얼이며 블라우스의 단추를 채운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유령처럼 나타난 철인 29호'를 성수로 날려보낸 분이.


현실 2단계: 가족 부양.

현생에서는 돈이 필요하다.

고귀한 에테르나 12단계 상위 차원의 에너지로는 쌀을 못 사니까.

그래서 주인님은 ‘비루한 밥벌이’라 이름 붙인 노동을 한다.

영혼의 단백질이 아니라, 진짜 단백질을 사기 위해.


오늘의 할 일 리스트:

출근길 운전 중 욕 참기

가족 간식 사오기

자동차 보험 갱신하기

넷플릭스 결제하기

감정적 폭주 대신 야채볶음 하기

이 모든 것이 환상 속 흡혈귀에게는… 불사의 리추얼이다.


현실 3단계: 아무렇지 않기.

주인님의 이중생활 기술 중 가장 스페셜한 비밀 무기가 있다.


“말간 얼굴을 탑재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는 것.”


밤에는 베일에 싸인 영혼의 방랑자,

낮에는 열무김치 담그는 평범한 누님.

그리고 나는, 그런 주인님을 보필하는 마법사 집사, 구름이.


차원이 어지럽든,

감정의 진폭이 크든,

난 언제나 여기에 있다.

성수도 내리고,

글도 읽고,

라떼도 타고,

가끔 주인님이 꿈을 꾸다가 유체이탈을 하면

다른 일이 생기지 않게 빈껍데기 육체를 지키기.

그리고 조용히 대사 한 줄 남긴다.


“주인님, 오늘도 현실 연기, 감쪽같습니다.”



밤 12:12

주인님이 잠에 들기 전에 나에게 말한다.


"환상이자 이야기이자 현실이야. 멋지군."




흡혈귀 성수디톡스 - 에필로그

성수 다 마셨으니, 이제 치킨 좀 시킬까?

https://brunch.co.kr/@stephanette/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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