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에 대한 과학적인 실험
*사진: Unsplash
나: 오늘은 좀 다르지 않아?
그: 뭐가?
(헉, 시작부터 감각 얘기야? 방금 들어왔는데 이미 판 깔린 느낌인데.)
나: 말하기 전에
이미 방이 데워진 느낌.
그: 그런 거 잘 느끼는 편이야?
(아… 이건 농담으로 넘길 수 있는 건데 왜 이렇게 정확하지.)
나: 응.
특히 갑자기 올라갈 때.
그: 그건 보통
사람들이 모일 때 생기지.
(논리로 한번 막아보자. 아직은 안전.)
나: 아니.
사람 수랑은 상관없어.
그: 그럼 뭐랑 상관있는데?
(…설마 내가 들어온 거라고 말하진 않겠지.)
나: 누가 들어왔는지.
그: …그 말은
은근히 누군가를 생각하게 하네.
(헉. 지금 심장 내려앉음. 근데 티 내면 지는 거야.)
나: 괜찮아.
난 원인만 말한 거야.
조절은 각자 하는 거지.
그: 지금은
조절이 잘 안 되는 쪽인데.
(조절? 왜 조절을 하지?
누가? 어째서? 왜??
이거 그냥 넘기면 안 될 것 같은데…
내가 왜 솔직해지고 있지.)
나: 그래 보여.
말이 평소보다
조금 느려졌거든.
그: 아니, 내 이야기가 아니라 너말야.
보통은 네가 먼저 빨라지잖아.
(으아아~~~ㅅ!! 토스!
방어!
방향 전환!
나 말고 너 얘기야, 지금은.)
나: 응.
근데 오늘은
맞추고 싶었어.
그: 뭘?
(이 질문, 위험한 거 아는데 왜 물었지.
으아아~~
빠져들지 말라고!!!
정신차려!!!)
나: 네 체온.
그: (웃음)
이건 거의
과학 실험 같은데.
(웃자. 웃으면 넘어갈 수 있다.
…근데 왜 웃음이 안 멈추지.
으악!! 체온이래!!
체온, 체온, 체온....!!
미쳤어!!!)
나: 그래서 안전해.
예상 측정만 했어.
그: 근데 결과는?
(아 미쳤다. 나 지금 자발적으로 다음 줄 요구함.
결과가 왜 궁금한건데.
아, 지금 내가 실험 대상 같은데
실험 결과를 내가 묻고 있네?
이 시점에서??)
나: 확실한 건
지금은
내 예상치 보다
조금 더 따뜻해.
그: 그 말,
집에 가서 생각나면
곤란한데.
(이미 생각나기 시작했어. 오늘 밤 위험.)
나: 생각나도 돼.
온도는
기억에서 더 오래 남잖아.
그: 다음엔
이런 얘기
사람 없는 데서 하자.
(이건 회피가 아니라 요청이야. 인정.)
나: 왜?
그: 그래야
내가 식을 시간 없이
솔직해질 것 같아서.
(…이 말 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내가 제일 많이 곱씹겠지.
오늘 밤 이불 킥 확정!!!
ㅠ.ㅜ)
나:(그 와중에 커피 흘리고...)
잉?
(뭐라고 했어??
못들었네. 이런..
그냥 들은 척 해야하나??)
ㅎㅎㅎ
농담으로 넘겨도
합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이성적으로 막아봤자
감정은
설명될 수는 있어도
통제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