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Vices, Judith N. Shklar
*사진: Unsplash
잔혹함(Cruelty), 위선(Hypocrisy), 속물근성(Snobbery), 배신(Betrayal)
네 가지 악의 감정 구조와 권력 매커니즘, 관계 역학적 분석
1. 잔혹함 (Cruelty) — 유일하게 ‘최악’으로 지정된 악
가. 핵심 정의의 비밀
이 책에서 잔혹함을 다른 악들과 질적으로 분리한 이유는,
잔혹함만이 ‘공포’를 직접 생산하는 악이기 때문이다.
고의성: 실수나 충동이 아니라, 알고도 선택하는 행위
힘의 비대칭: 피해자가 도망치거나 방어하기 어려운 구조
고통 그리고 두려움의 의도적 생성: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한 목적성
여기서 중요한 건 고통보다 ‘두려움’이다.
고통은 끝날 수 있지만, 두려움은 미래까지 점령하기 때문이다.
나. 감정 구조
가해자의 감정: 전능감 + 무책임한 안전감
예)“저 사람은 나에게서 도망칠 수 없어.”
피해자의 감정: 예측 불가능성 + 지속적 각성 상태
예) 언제, 어떻게 다시 공격받을지 모른다는 감각
그래서 잔혹함을
“인간을 인간으로 살 수 없게 만드는 악”으로 규정한다.
다. 핵심 포인트
잔혹함은 괴물의 특성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공감 스위치’를 끈 상태에서 가장 잘 작동한다.
그래서 리버럴리즘은 이상이 아니라
“잔혹함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정치”가 된다.
2. 위선 (Hypocrisy) — 도덕을 이용한 자기면책의 기술
가. 일반적 오해
보통 위선을 “말과 행동의 불일치”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더 날카롭게 본다.
위선은 도덕 규범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즉,
위선자는 도덕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도덕을 인정하기 때문에 가면을 쓴다.
나. 감정 구조
핵심 감정: 수치(shame)의 회피
전략: “나는 기준을 알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 책임을 유예함
다. 잔혹함과의 차이
위선자는 상대에게 공포를 주지 않는다
대신 신뢰를 갉아먹는다
그래서 위선은
사회를 느리게 썩게 하지만
즉각적인 공포 체제를 만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위선은 ‘차악’이다.
3. 속물근성 (Snobbery) — 존엄의 위계를 만드는 감정
가. 정체
속물근성은 단순히 “잘난 척”이 아니다.
이건 존엄의 서열화다.
누구는 자연스럽게 존중받아야 하고
누구는 증명해야만 존중받는다는 믿음
나. 감정 구조
핵심 감정: 경멸
방향성: 위에서 아래로만 작동
여기서 중요한 점:
속물은 상대를 해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중요하지 않은 존재”로 취급할 뿐이다.
다. 사회적 효과
차별을 정당화하는 감정 토양
구조적 불평등의 정서적 윤활유
하지만
공포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는다
물리적·정신적 고문으로 바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속물근성은 잔혹함보다 한 단계 아래있다.
4. 배신 (Betrayal) — 신뢰가 전제된 악
가. 배신의 조건
배신은 아무 관계에서나 발생하지 않는다.
반드시 필요한 전제:
신뢰
약속
공동의 서사
즉, 배신은 친밀성의 그림자이다.
나. 감정 구조
배신자의 감정: 자기보존, 공포 회피, 이익 계산
피해자의 감정: 상실, 혼란, 세계 붕괴감
다. 왜 최악이 아닌가
배신은 깊이 아프지만,
항상 권력 비대칭을 전제하지는 않고
공포를 제도적으로 고정하지도 않는다
배신은 개인을 무너뜨릴 수는 있어도
사회 전체를 공포 속에 묶어두지는 못한다.
네 가지 악의 위계
1. 잔혹함은 공포를 불러오고 인간성의 붕괴를,
2. 위선은 수치 회피를 통해 도덕의 공허화를,
3. 속물근성은 경멸로 존엄의 서열화를,
4. 배신은 자기보존을 위해 신뢰의 파괴를 불러온다.
한 줄 요약
인간은 선해서 자유로워지는 게 아니라,
서로를 잔혹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래서 Judith N. Shklar의 리버럴리즘은
희망의 정치가 아니라
공포를 최소화하는 정치
“다시는 여기까지는 내려가지 말자”는 윤리이다.
이 네 가지 악 중,
오직 잔혹함만이 ‘절대 금지선’으로 설정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