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놀이극을 경험해야 깨닫게 되는걸까?
사진: Unsplash
지레짐작하지 말 것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늘 염두에 두는 말이다.
그리고 어떤 일이 생기면
현실적 대응과는 별도로,
감정적인 것들은 선의로 해석할 것
퇴근 시간에 갑자기 전화가 왔다.
차를 빼달라는 동료 A의 전화다.
급하게 달려갔더니,
정작 차를 빼야 하는 이는 다른 동료 B이다.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인사도 없이 휭하니 차를 타고 가버린다.
"뭐지?"
B의 반응이 마음에 걸려서
A에게 전화를 했다.
"ㅎㅎㅎ 퇴근하시죠? 아까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B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길래"
"아~~ 많이 기다리셨나봐요? 아이고."
"그 차 주인을 내가 알잖아. 그래서 대신 전화했지."
"고마워요. B가 전화를 부탁드렸나봐요."
"그게 번호가 잘 안보이잖아. 전화를 안받는다길래 못 봤겠지.라고 했지."
"ㅎㅎ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ㅎㅎㅎ"
"그래, 잘 들어가~~ㅎㅎ"
핸드폰을 보니, B에게서 3분 전에 전화가 왔었다. 내가 못봤네.
그런데 A전화는 바로 받고 달려나와서 오해를 했나보다.
B에게 전화를 하니 통화중이다.
B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괜히 마음에 걸린다.
약간 이른 퇴근이다.
퇴근 길에 주차장에 가니, 이중주차로 차를 뺄 수가 없다.
아는 동료 C의 차다.
전화를 했다.
"아~~ 혹시 바빠요?"
"아니예요. 무슨 일이세요?"
"어쩌지? 내가 지금 퇴근인데 차를 못빼서 차를 좀 ..."
"아 지금 갈게요."
밖에서 기다리자니 너무 춥다.
차 안에서 기다리니 벌써 퇴근 시간이 10분이 넘어간다.
10분이면 차가 막히기 시작해서 도착 시간은 30분 이상 차이가 나는 시간이다.
멀리서 동료가 급하게 온다.
나가서 말을 건넨다.
"미안해요. 내가 지금 나가는 걸 깜빡 잊어버려서. 다른 곳에 세울껄. 고마워요."
"저도 그걸 몰랐어요. 지금 빨리 빼드릴께요."
"괜히 나 때문에 번거롭게.... 고마워~~!! ㅎㅎㅎ"
차를 빼고 나오는 동료에게
손을 흔들면서 "ㅎㅎ 고마워~~ 내일 봐!!^^" 인사를 건넸다.
며칠전 동료 B가 휭하니 가버렸던 아쉬움을
나는 B의 역할을 맡아서 다시 역할극을 한다.
그때 내가 받고 싶었던 태도를,
이번엔 내가 먼저 한다.
며칠 전의 그 일로 인해 나는 조금 더 다정해졌다.
지레짐작하지 말 것
선의로 해석할 것
관계의 자잘한 앙금을 남기지 않도록 노력할 것
가끔은 단단해지면서도
그래서 슬쩍 아프고,
그래서 오래 간다. 이런 마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