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의 영화감상 - 인셉션

끝을 알고도 내려가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셉션은 흔히 꿈 속의 꿈, 시간의 층위,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잔혹함은 거기에 있지 않다.

이 영화가 가장 집요하게 파고드는 질문은 이것이다.


"너는 이미 끝을 알고 있는데도,

그 꿈 안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는가?"


1. 내려갈수록 분명해지는 것들

꿈의 층이 하나씩 깊어질수록,

인물들은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정확해진다.


공간은 넓어지지만 선택지는 줄어들고,

감정은 증폭되지만 방향은 하나로 수렴된다.


그곳에서는 거짓이 오래 버티지 못한다.

억눌렀던 기억, 애써 외면한 감정, 이미 결론이 난 관계뜰이

왜곡된 형상으로 반드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인셉션의 꿈은 달콤하지 않다.

그것은 도피가 아니라 재확인의 장소다.


2. 인셉션이란 무엇인가

영화에서 말하는 인셉션은 '생각을 심는 기술'이지만,

정작 관객에게 남는 인셉션은 다르다.


"어떤 관계는, 시작되는 순간 이미 결말이 심어져 있다."


그 결말은 폭발처럼 오지 않는다.

천천히 아주 조용히,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가장 큰 비극은 실패가 아니다.

성공 이후에도 남아 있는 공허함이다.


3. 토템이 멈추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사람들은 마지막 장면의 토템이 멈췄는지 집착한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가 더 이상 확인하지 않기로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확인하지 않음으로써만 지켜낼 수 있는 삶이 있다.

끝을 확정하는 순간 무너지는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셉션은 말한다.

현실이냐 꿈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선택이 너의 삶을 계속 가능하게 하는가"



4. 가장 깊은 층에서 만나는 감정

가장 깊은 꿈의 층에는

사랑도, 구원도, 약속도 없다.


그곳에 남는 것은 이런 것들 뿐이다.


이미 알고 있는 종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동하는 감정

그리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내려놓아야 하는 손


그래서 이 영화는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별을 끝까지 미루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가깝낟.


5. 이 영화가 오래 남는 이유

인셉션이 오래 남는 이유는

화려한 구조나 지적인 설정 때문이 아니다.


이 영화는 관객 각자에게

자신만의 '끝을 알고 있는 꿈'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꿈 앞에서 묻는다.


"너는 거기서 깨어날 것인가,
아니면 깨어난 척 살아갈 것인가"


이 영화는 말해주지 않는다.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인지.


달콤한 꿈을 중단할 용기가 있는가?

끝을 알고 있음에도 그 달콤함에 취해서 종결을 볼 때까지 그저 그렇게 있을 것인가?


아주 조용히 이 영화는 보여준다.

끝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의 무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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