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 몸의 감각과 직감을 믿어야 하는 이유
오랜 세월 가족을 부양하고 여러가지 것들을 혼자 책임지면서 살다보니
나는 내가 힘든 것을 그다지 말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도
그다지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그래서 도움을 청하는 이들은 많았으나
정작 내가 힘들 때는 나는 대체로 감내하는 편이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하중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점이 되면
나는 내 안에서 먼저 결정을 내리고
상대와 멀어졌다.
그 과정이 상대방에게는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상당히 애를 써서 설명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토록 애써 설명하는 일이
정말 필요했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살아오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하는 사소한 행동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다.
애매한 친절,
미묘한 거리두기,
모호한 책임 회피,
자신이 받아들여질 자리를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들어오는 방식.
그리고 그런 행동들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도
점점 알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만 보지 않는다.
그의 행동을 읽게 되었다.
같은 문제가 몇 번 반복되었는지,
말 이후에 변화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 누적 속에서
함께 있을 때 내 몸이 어떤 감각으로 반응하는지.
어떤 관계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몸이 먼저 통증처럼 알아차린다.
설명되지 않는 긴장,
미세한 위축,
천천히 소모되는 신경의 결.
이성과 함께
몸의 감각, 직감, 감정들이 보내는 신호들을
나는 점점 더 신뢰하게 되었다.
무의식은 종종
신체 감각과 직감의 형태로
생각보다 먼저 정보를 보낸다.
그리고 그것은 때로
생각과 판단보다 더 방대하고
더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