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하고 싶었던 말

이미 미래에 무너진 폐허의 냄새를, 어떻게 아직 건재한 과거에 말할까?

by stephanette

그에게 말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

오래 묵히고 묵혀서 아직도 건네지 못한 말.


아마 그것은 카산드라의 저주 같은 것이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그 누구도 구할 수 없는 조건에서만 허락되는 예언


그녀는 매번 무너졌을 것이다.

무력감과 좌절 속에서

자신이 가진 재능을 저주하며.

다가올 불길을 먼저 보면서도

끝내 그 불길 속에서 홀로 남겨졌으므로.


나는 그를 인셉션 가장 깊은 층 아래,

무너지는 도시의 바닥까지 데려가

가루를 흩날리며 부서지고 있는 건물들

그 잔해의 말라버린 촉감을 쥐어주고 싶었다.


"바로 이거야.

넌 이 감각을 잊어버린 거야."


나는 아직 웃고 있는 그의 얼굴 뒤에서

이미 무너진 폐허의 냄새를 맡았다.


테드 창의 영화 '어라이브' 속 시간처럼

그와의 시간은 비선형적이었다.


직선으로 앞으로만 걸어가는 그와

거꾸로 흘러가는 나는

같은 곳에서 대면할 수 없다.


나는 아직 10년 후였고

그는 벌써 일년 전이었으니까.


그는 아직 폐허를 보지 못했고

나는 그 폐허 속에서 먼저 늙어갔다.


말해도 소용없었을 것이다 .

사람은 예언으로는 배우지 않는다.

대개는 자기 삶이 무너진 잔해 앞에서야

비로소 자신을 알아듣는다.


그러니 이 피로의 이름은

사랑이 아니다.

먼저 본 사람에게만 내려지는

조용한 형벌에 가깝다.


그를 생각하며

나는

내 안에서 먼저 무너진 시간을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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