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스토리

월광보합과 선리기연 그리고, 중경삼림

by stephanette
만약 기억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만 년이었으면 좋겠다.


달달한 멜로물은 아니다.

그러나 심장에 박히는 러브스토리다.


영화 중경삼림의 첫번째 이야기 경찰 223은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을 모으고,

끝나는 날짜를 붙잡고,

사라진 사랑을 시간의 문제로 붙들고 사는 사람이다.


사실 무척 슬픈 말이다.

이미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붙잡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래서 차라리 유통기한이 길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는 사랑을 얻은 사람의 말이 아니다.

끝나가는 사랑을 시간 속에라도 오래 붙들고 싶은 이의 말이다.


만약 기억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만 년이었으면 좋겠다.


이 대사는 주성치 주연의 서유기 1편 월광보합과 2편 선리기연에서 나온 말이다.

이 두 영화를 관통하는 것은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가,

사랑은 늦게 알아차리면 이미 늦은 것인가,

기억만이라도 남길 수 있는가


이는 질문이자

상실 앞에서 시간을 향해 비는 기원하는 말이다.


유통기한은 원래 음식에 붙는 말이다.

먹을 수 있는 기간, 지나면 상하는 시간.

이것을 기억에 붙여버리면

사랑은 아주 현실적이고 잔인해진다.


사랑도 상할 수 있다.

감정도 변질될 수 있다.

추억도 언젠간 흐려진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게 될 것이다.

사람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다른 것이 된다.


사랑은 영원하다.

이것보다 잔인한 말은

사랑은 영원하지 않음을 안다는 말이다.


이 대사는 오히려 영원하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아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


만 년은 현실적인 시간이 아니다.

그냥 엄청나게 오래라는 뜻을 넘어서 거의 불가능한 영원의 숫자다.


사라질 것을 알지만,

제발 거의 영원에 가깝게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절망 섞인 바람이다.

이미 잃어가고 있는 것을 향한 과장된 기도다.


이런 말을 하는 이는

사랑하지 않아서는 아니다.

그 사랑을 이어갈 능력이 없어서도 아니다.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다만 그럴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억지로 떼어 놓고 떠나는 이의 마음이다.

말해도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할 이에게

아무런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남겨놓고 가는 이가

스쳐가는 한숨처럼 내려 놓는 말이다.


"지금 함께 있고 싶다"

"계속 같이 있고 싶다"

라 말하지 못하는 이가

혼잣말처럼하는 작은 바람이다.

만년으로도 이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아주 작은 바람.


쓸쓸하면서도 애절한 사랑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만약 기억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만 년이었으면 좋겠다.


운명과 엇갈림

사랑의 무게와 시간의 비가역성


웃기다가, 너무 늦게 진심이 되어버리는 것.

가볍게 시작했는데 끝내는 너무 무거워지는 것.

사랑을 몰랐던 사람이 알아버린 뒤에는 이미 시간은 흘러버린 것.


무상을 이미 어렴풋이 알아버린 사람이

그럼에도 붙잡고 싶은 그 마지막 기대를 숨과 함께 뱉은 말이다.


마지막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그렇게 끊길 듯 이어가며

미련 남은 이에게

직접 사랑을 말하지 못해 우회하는 문장의 비애이다.





작가의 이전글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