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피를 흘리지 않고서는 성장의 통과의례를 지나갈 수 없다.
*공방 이용 시 유의사항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존재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며, 생명체입니다.
사전에 철인 29호에게는 충분히 양해를 구했습니다. 물론, 미도리 블랙과 구름이에게도요. 단, 그는 제가 쓰고 있는 글을 ‘명랑코믹 시트콤’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그러니 만약 독자 여러분께서 현실에서 철인 29호를 마주치게 되더라도, 짐짓 모른 척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의 글은 환상이자, 지어낸 이야기이자, 동시에 현실입니다.
실제로 피를 흘리지 않고서는 성장의 통과의례를 지나갈 수 없다.
간접 경험으로는 이론만 겨우 알게 될 뿐이니까.
-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읽고
나는 500살 먹은 흡혈귀 할머니다.
종종 동안이라는 말을 듣는다.
500년을 살아도 글만 쓰면 얼굴에 열이 오른다.
감정 도자기 공방을 차린다고
쉬지 않고 글을 썼더니,
지나간 갱년기가 다시 인사 올 참이다.
역시나 나의 시간관념은 비선형적으로 뒤죽박죽이라
도자감정서 발행도 시간순은 아니다.
카드캡처 체리가 두고 간 마법 거울을 보며
거울 명상을 하고 나니
시간이 직선의 모양으로 보인다.
그 참에 철인 29호에 대한 가장 첫 번째 기억의 조각들을 불러왔다.
철인과 대면 이전의 이야기이다.
꿈을 꾸었다.
지나가버린 카르믹 릴레이션이 꿈에 등장했다.
그다지 반갑지 않다.
드넓은 야외 공원 같은 데서 마주친 카르믹은
나에게 강아지를 한 마리 보여주었다.
브라운 색의 푸들.
몽글몽글하고 털의 외곽이
햇살을 머금은 것처럼 황금색으로 반짝였다.
인형같이 생긴 강아지를 보고 있었더니,
카르믹 왈, “이거 네가 키워.”
“잉? 뭐라고??” 너무 당황한 나는 말을 버벅거렸다.
“귀엽긴 진짜 귀여운데...
하아... 너무 귀찮아.”
이 짧은 순간,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나.
“빨리 이 줄 잡고 데려가.”라며 카르믹이 재촉을 한다.
칭찬이라도 받겠다는 듯 1000%의 순수 행복 그 자체의 미소다.
저런 무서운 얼굴로 이런 웃음이라니
상당히 그로테스크하다. 하긴, 그는 늘 그렇지.
“아니, 내가 먹이고 씻기고 해야 하는데
너무 손이 많이 가.”
“자, 빨리.” 카르믹은 웃는 표정 그대로 재촉을 한다.
“아니, 귀찮아. 짜증 나. 그만해.” 하며 강아지의 목줄을 받는 순간,
화들짝 잠에서 깼다.
3:33
새벽이다.
“구름아~ 구름아~
개꿈은 도대체 뭐라고 검색해야 해몽이 나오는 거야?”
“주인님, 개꿈은 개꿈이죠.”
“그렇지. 개꿈이잖아.
근데 너무 심하게 양가감정이 올라와.
토할 것 같아.”
“주인님,
그럴 땐, 심신을 안정시키는 카모마일 차에
샌달우드 향을 준비해 드리죠.”
“아, 그래, 설마 나 자는 사이
유체이탈이라도 한 거야? 설마 진짜
내 빈 껍데기 육체를 롤러코스터라도 태운 거야?
토할 것 같아.”
차를 마시며 흡혈귀 해외 사이트까지 검색을 하며 말했다.
“뭔가 찜찜해. 이게 무슨 꿈이지??”
“주인님, 강아지를 만나게 되는 꿈 아닐까요?
인형처럼 생긴 황금색 아니 브라운의 푸들이요.
전 강아지 좋아하는데요~.
저라도 키워볼까요??"
“아니, 절대 안돼!
구름이 네가 직접 먹이고 씻길 생각이라면
입양을 고려해 보겠지만, 못 하잖아.
거기다가 매일 산책도 시켜주고 놀아줘야 한다고.
아니면 바로 우울증 각.”
같은 시각
거대한 빙하 속에 얼어있던
미도리 블랙의 알에 처음 금이 갔다.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완전히 칠흑 같은 삭의 시즌이라
'릴리시카'마져도 그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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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무 귀엽지만 질리도록 귀찮고 짜증나는 일상의 감정
발행자: 릴리시카 감정대공비
감정 채집대상: 카르믹 릴레이션십과 브라운 푸들
재료 본성: 양가감정, 의무감과 투사, 새벽의 오심, 독, 미세한 균열
도자기 형상 : 황금빛 윤광을 띠는 털뭉치
좋긴 하지만 일상을 보내기엔 손사래 쳐지는 형상
귀여움과 매일의 루틴으로 보내게 될 짜증은
정서적 채무의 체크무늬로 새겨져 있다.
도자기 감정 : 돌봄을 가장한 의무감과
의지하고 싶은 보호자에 대한 투사의 결정체
카르믹이 줬다는 데서 그 독을 감지할 수 있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정을 입양하게 만드는 강요
0.001%의 행복과 99.999%의 노동+감정노동
*주의사항: 감정서가 발급되었다고 해서
마음이 곧 말을 듣는 건 아닙니다.
아는 것과 되는 것은 다릅니다.
감정은 언제나 제멋대로 움직이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