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신에게 바치는 심야의 제사
심야의 쿠키 제의가
갑자기 오후로 당겨졌다.
불길한 예감이 스쳐간다.
이런 건 대개
심야까지 이어진다.
“엄마, 이거 먹어볼래?”
“오, 감자튀김이네."
건네주는 감튀를 한 입 먹었다.
"헉 이게 뭐야?!
으으으
이상해. “
둘째가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는다.
“흐흐, 마시멜로야.”
“잉?
포장도 감튀인뎅. “
“쿠키에 넣을 거야."
나는 잠시 침묵했다.
"흐물흐물해지겠지..."
둘째는 이미 내 우려 따위는
오븐 예열 버튼과 함께 꺼버린 표정이다.
"으으으... 베이킹파우더네?
이렇게 큰 건 처음 보는데.
그런데 그거 집에 진짜 많은데"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제의는
레시피를 따르는 과정이 아니다.
보이는 모든 세상 만물을
반죽에 바쳐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히려는
작고 집요한 브라만의 실험이다.
문제는 그 제물들이
대개 우리 집 냉장고와 팬트리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엄마, 달걀은 언제 와?"
"아, 오늘 온댔어."
"몇 시에 와?"
역시나
택배 시간 확인은
제의 전에 필수로 읊어야 하는 주문이다.
최소 수십 번 반복된다.
"몇 시에 와?"
"조금 있으면 오겠지."
"조금 있으면이 몇 시야?"
"언제 와?"
"곧 와."
"곧이 언제야?"
이쯤 되면
달걀보다 내가 먼저 풀릴 것 같다.
그때
휴대폰을 다시 확인한 내가 말했다.
"저런, 내일 온대."
휴우 다행이다. 제의 전 주문은 이제 종료되었다.
정적.
그리고 둘째는 환하게 웃는다.
"달걀 사러 갔다 올게."
눈빛이 반짝인다.
불길하다.
제의 준비 중에
브라만이 웃다니
일이 커진다는 예고다.
"엄마 돈으로 사도 돼?"
"그.. 그.. 그래."
허락이 떨어지자
그 눈빛에는 반짝임이 스친다.
저건 확신의 눈빛이다.
이미 머릿속에서
달걀, 버터, 설탕, 마시멜로우,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몇 가지 재료가
우주의 질서와 함께 섞이고 있다.
안드로메다로 가는 길에 늘어선
모든 물질들까지 혼합되고 있다.
그렇게
세상을 이루는 모든 물질들은
불 속으로 들어갔다.
"엄마, 오븐에서 어떻게 꺼내?"
"잉?"
"뜨거울 텐데. 꺼내줘."
공부를 하고 있던
첫째는 조용히 나와서
앞뒤의 창문을 연다.
모르는 사이
눅진한 버터향이 온 집안을 채우고 있다.
따로 향을 피울 필요는 없다.
제사는 향을 올리는 것이다.
안드로메다로 버터향이 올라간다.
제의 준비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던
첫째가 갑자기 질문을 한다.
"엄마, 석가모니 알아?"
"고타마 싯다르타? 알지."
"집착을 버리면 해탈을 한대."
첫째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하고 말한다.
"우와~ 그걸 어떻게 알아?"
"응 그건 배움이 아니야."
"잉? 그렇지 그건 배움이 아니지."
"그건 성찰도 아니야."
"와우, 그렇지 그건 성찰도 아니지.
미묘하게 다른 결이지.
어떻게 알았대?"
"응 지문에서 읽었어."
그렇게 이야기는 팔고에서
애별리고로 이어진다.
원증회고로 가고 있을 때,
둘째가 끼어든다.
"왜 갑자기 불교 이야기야?"
"그러게 넌 브라만인데."
"잉?"
"우주적 제의를 지내고 있잖아."
"큭"
"안드로메다로 보낼 번제물 말이야.
엄마는 그 대가로 설거지통 가득 믹싱볼들을..."
"ㅋㅋㅋㅋㅋ"
"브라만은 대단한 사람들이지.
구술로 경전을 다 외워야 될 수 있거든.
우파니샤드라고."
"잉? 구슬에 적혀 있다고?"
"ㅋㅋㅋㅋㅋ"
"띵!"
"오~~~ 다 됐다."
그것은 내가 생애 처음 구웠던 쿠키 몬스터와 형체가 비슷했다.
거대한 한판이 되어버린 쿠키.
포크로 아직 눅진한 쿠키를 떼어 맛을 본다.
"으으으으으으"
"엄마, 왜?"
"아냐, 진짜 맛있다."
"으으으으 달아. 진짜 달아."
"그럼 쿠키의 절반은 설탕인데."
이번의 제의는 명백하게 확신을 주었다.
당이 부족한 달달신에게 바치는 제사라는 것을
번제물이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애들은 이걸 한 입 밖에 못 먹을 것 같은데."
"그래 한입 사이즈로 잘라서 주자."
그렇게 세상 만물을 바치고
남은 제사의 음식은 아이들에게 나눠진다.
스스로 각자의 한계에 맞게 쪼개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