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과잉 응답, 이런 것도 동시성인가.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나서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지."
라고 한다면,
난 거침없이 대답할 것이다.
"아아요."라고.
커피 캡슐을 일부러 사지 않고 있다.
온갖 종류의 캡슐 머신들과
수북이 쌓인 캡슐을 두고
커피를 마시지 않기란 쉽지 않을 것을 안다.
선물로 받은 30만 원짜리 쿠폰이 있다.
그러나 참고 있다.
가끔
걸어가서 천만 원이 넘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린
원두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호사스럽기 그지없다.
내가 GS 25를 애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뜬금없이 별다방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생겼다.
우주가 준 선물이다.
공짜 커피도 커피지만
그 커피 한 잔 덕분에 유쾌해졌다.
이번에는 새로운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4잔 세트를 판다.
당연히 그걸로 골랐다.
원하는 것을 참으면 몰아서 하게 된다.
한동안 커피를 참았으니
"오늘은 허용하기로 하지."라고 핑계를 대본다.
무모한 짓이긴 하다.
맛이 없다고 버리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커피 맛에 민감한 편이다.
맛없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넣을
쓸만한 바닐라 빈 시럽이 있다.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바닐라 빈과
바닥에 검은 가루들이 보이는 시럽이다.
검은 가루는 바닐라 빈이 진짜임을 증명한다.
나는 진짜를 애정한다.
애정하지만 거의 사용하는 일은 없다.
만반의 준비를 하였으니,
어떤 커피가 배달되어도 괜찮을 것이다.
다행히 이번 배달은 별 일이 없다.
반갑게 열어보니,
4잔 세트인데
빨대만 4개에 커피는 3잔이다.
"이런, 직접 사러 갔어야 하나."
할 수 없이
연락을 해서 한 잔을 다시 보내 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배달 왔던데."
"잉? 배달 올 게 없는데.."
생각해 보니 커피다.
그런데 생각보다 묵직하다.
열어보니
커피가 4잔이다.
"하아... 이런.."
다시 연락을 했다.
"커피가 3개 더 왔어요."
"아, 그냥 드시면 돼요."
"네? 어떻게 하면 될까요? 더 결제하면 될까요?"
"알아서 드시면 돼요.
매장에는 피해 없게 저희가 처리해 드릴게요."
"아.. 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지니는 나에게 7잔의 커피를 보내주었다.
“커피를 참은 자여,
절제의 대가로 과잉을 받으라.
소원은 접수되었다.
한 잔은 부족하고, 네 잔도 부족하다.
그러므로 그대에게 일곱 잔의 차가운 검은 축복을 내리노라."
"아아요."를 향한 우주의 과잉 응답이다.
하긴, 소원을 빌어서 이루어지지 않은 적이 없다.
이렇게 넘치도록 주다니.
이런 것도 동시성인가.
"아아.. 은총이 흘러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