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은 이야기로 다시 써나가면서 구성된다.

Dan P. McAdams, narrative identity

by stephanette

나는 내가 겪은 일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 일을 어떤 이야기로 다시 쓸 수 있는가의 결과물이다.


한 남자를 만난 사건이 릴리시카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릴리시카가 그 사건을 어떻게 썼는지가 릴리시카의 다음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다.


Dan P. McAdams의 narrative identity의 핵심이다.

인간은 사건의 산물이 아니라, 사건 어떤 이야기로 재조직하는가의 산물이다.


사람은 삶을 그대로 저장하지 않는다. 기억은 녹화물이 아니다. 기억은 편집된다. 어떤 장면은 확대되고, 어떤 장면은 삭제되고, 어떤 장면은 상징이 된다. 그 편집의 방식이 곧 정체성을 만든다.

McAdams가 말하는 narrative identity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인간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성격 목록으로 답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기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답한다.


나는 이런 일을 겪었다.
그 일은 나를 이렇게 바꾸었다.
나는 그 뒤 이런 사람이 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이런 방향으로 간다.

이 구조가 정체성이다.


McAdams에게 인간은 세 층위로 존재한다.

첫째, 인간은 행위자다. 외향적인가, 조심스러운가, 예민한가, 성실한가 같은 성격 특성의 층위다.

둘째, 인간은 동기적 주체다.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피하고, 어떤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가의 층위다.

셋째, 인간은 저자다. 자기 삶을 이야기로 구성하고, 그 이야기 안에서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 결정하는 층위다. narrative identit는 이 세 번 째 층위에 있다.


삶의 이야기는 사실 기록이 아니다. 사실은 재료일 뿐이다.

핵심은 그 사실이 어떤 의미로 조직되는가다. 같은 사건도 전혀 다른 정체성을 만들 수 있다.


이별을 겪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한 사람은 이렇게 쓴다.

나는 버림받았다.
나는 사랑에 실패했다.
나는 결국 선택받지 못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은 이렇게 쓴다.

나는 한 사람을 통해 내 안의 해석 구조를 보았다.
그는 목적지가 아니라 좌표였다.
나는 고통을 문장으로 바꾸고, 문장을 상징으로 바꾸고, 상징을 전시로 바꾸었다.
나는 그 방을 나와 아침을 살아내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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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에 서서 내면을 지켜보며 영혼의 지도를 그려가는 사람입니다. 글이라는 리추얼을 통해 말이 되지 못한 감정에 이름을 붙이며 길을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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