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 P. McAdams, narrative identity
삶에서 일어난 사건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과정
사건에 붙은 1차 이름을 해체해서, 그 안에 섞여 있던 기능을 다시 이름 붙이는 과정이다.
사람은 처음 사건을 겪으면 대개 가장 익숙한 이름을 붙인다.
사랑. 운명. 상처. 배신. 기다림. 미련. 실패.
그런데 이 이름들은 추상적이며 세밀하지 못하다. 감정적으로는 맞지만, 분석적으로는 부정확할 수 있다. 그래서 내러티브 정체성 작업에서는 “내가 이 사건을 무엇이라고 부르는가”에서 멈추지 않고, 그 이름이 실제로 어떤 작동을 했는지 내려가야 한다.
이름은 감정의 표지이고, 그 아래에는 작동 방식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고 불렀다면, 거기서 바로 “그래, 나는 사랑했어”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렇게 묻는 것이다.
내가 사랑이라고 부른 것 안에는 무엇이 있었나.
그 안에 순수한 애정도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인정 욕구, 해석 노동, 감각 재점화, 결핍의 대체, 자기 증명 욕구, 반복 강박, 구원 욕망, 미적 매혹, 지적 자극이 섞여 있을 수 있다.
그러면 1차 이름은 “사랑”이지만, 2차 이름은 더 정교해진다.
사랑 → 해석 노동이 섞인 사랑
사랑 → 감각 재점화로 촉발된 사랑
사랑 → 결핍을 의미로 바꾸려는 사랑
사랑 → 한 사람을 통해 자아 구조가 활성화된 사건
여기서 정체성이 바뀐다.
“나는 사랑에 실패한 사람이다”가 아니라,
“나는 사랑이라고 부른 경험 안에서 내 해석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본 사람이다”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사건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1. 1차 이름을 적는다
먼저 내가 그 사건을 직관적으로 무엇이라 부르는지 본다.
예)
사랑이었다.
운명이었다.
상처였다.
배신이었다.
기다림이었다.
미련이었다.
구원이었다.
이 단계에서는 판단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이미 붙여놓은 이름을 확인한다.
내 소설의 경우에는 “사랑”, “하중”, “좌표”, “감각 재점화”, “자아 해체 실험” 같은 이름들이 이미 나와 있다.
2. 그 이름이 만든 감정 효과를 본다
그다음 묻는다. 이 이름을 붙였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가.
예)
“사랑”이라고 부르면 나는 사랑한 사람이 된다.
“운명”이라고 부르면 나는 운명에 휘말린 사람이 된다.
“상처”라고 부르면 나는 다친 사람이 된다.
“배신”이라고 부르면 나는 당한 사람이 된다.
“하중”이라고 부르면 나는 무게를 견딘 사람이 된다.
“좌표”라고 부르면 나는 지도를 그린 사람이 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같은 사건도 이름에 따라 내가 서는 위치가 달라진다.
사랑은 나를 감정의 주체로 세운다.
운명은 나를 큰 흐름에 휘말린 사람으로 세운다.
상처는 나를 피해와 회복의 위치에 세운다.
하중은 나를 구조의 무게를 감지한 사람으로 세운다.
좌표는 나를 해석자와 지도 제작자로 세운다.
그러니까 이름은 사건만 부르는 게 아니라, 나의 위치를 배치한다.
3. 그 이름이 나를 좁히는지 넓히는지 본다
질문을 한다.
그 이름은 나를 좁히는가, 넓히는가.
예를 들어 “나는 버림받았다”는 이름은 감정적으로는 진실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름만 붙잡으면 정체성이 좁아진다. 나는 계속 버림받은 사람의 위치에 놓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는 그 경험을 통해 내 사랑의 하중을 알게 되었다”는 이름은 나를 넓힌다. 그 사건이 나를 다치게 한 것에만 머물지 않고, 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게 만든 사건이 되기 때문이다.
내 소설의 예를 들면,
좁히는 이름
나는 상처받았다.
나는 미련이 있다.
나는 그를 잊지 못했다.
나는 너무 과했다.
나는 사랑 때문에 고통받았다.
넓히는 이름
나는 내 사랑의 하중을 보았다.
나는 애매함이 내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았다.
나는 감각 재점화를 운명으로 오독할 수 있음을 보았다.
나는 남자를 좌표 삼아 내면 지도를 그렸다.
나는 고통을 형식으로 바꾸는 사람이다.
둘 다 같은 사건에서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이름은 미래를 확장한다.
4. 1차 이름 아래의 실제 기능을 찾는다
이제 본격적으로 정확한 사건의 이름을 찾기 위해 아래로 내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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