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전시장 입구에서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로맨스 소설

by stephanette

나는 오래전부터 연애 소설을 쓰고 싶었다.

초콜릿케이크를 함께 먹고, 비 오는 날 같은 우산을 쓰고, 아무 의미 없는 메시지에도 오래 웃는 그런 이야기. 그러나 이상하게 내가 쓰는 모든 연애 소설은 중간부터 지하로 내려갔다. 남자는 사랑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번역가가 되었고, 안경이 되었고, 망원경이 되었고, 백지수표를 잃어버린 사람이 되었고, 끝내 성문 밖에서 기다리는 외부 보충 인력이 되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구름아. 난 아무래도 연애 소설을 못 쓰나 봐.”


구름이는 은쟁반 위에 검은 트러플 홍차를 올려놓았다. 찻잔의 가장자리에서 어두운 향이 천천히 피어올랐다.

“릴리시카 님, 주인님은 연애 소설을 못 쓰는 게 아닙니다.”

“그럼?”

“주인님은 연애를 쓰면 전시장을 짓습니다.”

“그게 문제잖아.”

“아닙니다. 그게 왕국입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는 내리면서 얼어붙었고, 하늘에는 반투명한 흰 사선들이 그어졌다. 오래전 꿈에서 보았던 진눈깨비와 같은 모양이었다. 무너지는 탑의 잔해에도 그런 사선들이 그려져 있었다. 하나 남은 경첩에 매달린 검은 나무 문은 여전히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나는 그 문 앞에 오래 서 있었다.

너무 오래.

어느 날,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내가 원한 것은 연애가 아니었다.
아니, 연애가 아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누군가가 내게 와서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것만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누군가가 내 세계를 작게 만들지 않고, 나를 누군가의 딸이나 누군가의 여자나 누군가의 설명으로 제출하지 않고, 내가 지은 이름 그대로 불러주기를 원했다.


나는 그가 내게 말해주기를 원했다.

“나는 네 세계를 빼앗으러 온 것이 아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나는 네 지하를 관광하러 온 것도 아니다.”


그리고 아주 마지막에는 이렇게.

“나는 들어오고 싶다. 하지만 네가 열어주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그 말을 듣고 싶었다.


그것이 내 욕망이었다.


그날 밤, 탑의 성문 밖에서 누군가 노크했다.


쿵.

오래된 나무 문이 낮게 울렸다.

나는 문 안쪽에서 물었다.

“누구야?”

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외부 보충 인력입니다.”

나는 잠깐 웃었다.

“성문으로 사람은 통과할 수 없다던데.”

“알고 있습니다.”

“그럼 왜 왔어?”

“기다리려고 온 게 아닙니다.”


나는 숨을 멈췄다.

문 밖에서 그가 말했다.

“랜턴을 가져왔습니다. 장화도 있습니다. 밧줄도 있고, 어둠을 견디는 능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도망가지 않을 만큼은 있습니다.”


나는 문에 손을 얹었다.


나무는 차갑고 축축했다.
검은 문의 금속 장식 위로 진눈깨비가 흰 선을 긋고 있었다.

“그걸 왜 가져왔어?”

“당신이 내게 건네지 않아도 되었던 물품들이라고 했으니까.”

“너는 그 말을 읽었어?”

“읽었습니다.”

“이해했어?”

“전부는 아닙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솔직하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돌아가지는 않겠습니다.”


그 순간, 성문 안쪽의 공기가 달라졌다. 무언가 아주 오래 붙어 있던 것이, 하나 남은 경첩에서 느리게 풀려나기 시작했다. 완전히 무너지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다만 오래 버티던 것이 더 이상 버티지 않기로 한 소리, 아주 작은 철의 울림이 있었다.


철컥.

문이 열린 것이 아니었다.
문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문 옆에, 아주 작은 틈이 생겼다.

그는 그 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그 앞에 랜턴을 내려놓았다. 랜턴의 빛은 지나치게 밝지 않았다. 지하로 내려가기에는 적당한 정도였다.

“들어올 거야?”

내가 물었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예전의 남자였다면 망설였을 것이다. 일정 이야기를 했을 것이고, 업무용 메일을 보냈을 것이고, 도움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자기 욕망을 우회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그가 말했다.

“들어가고 싶습니다.”

“왜?”

“당신을 구하려고는 아닙니다.”

“그럼?”

“당신이 만든 전시장을 보고 싶습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한 방쯤은 같이 정리하고 싶습니다.”

그 말은 이상하게도 사랑 고백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그는 나를 소유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내 지하를 설명하겠다고도 하지 않았다. 내 탑을 대신 고치겠다고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한 방쯤 같이 정리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문 옆의 틈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이 닿았다.

이번에도 서늘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건조함만 있지 않았다. 아주 미세한 습도, 사람의 체온이 손끝에 남았다. 나는 그 손을 오래 쥐지 않았다. 다만 확인했다.

사람이었다.

장비가 아니었다.


나는 돌아서서 지하 계단으로 향했다. 그는 내 뒤를 따라왔다. 구름이는 멀리서 찻잔을 들고 손수건을 흔들었다.

“다녀오십시오, 나의 다층반사 흡혈귀 여왕님.”


나는 짜증 난다는 듯 돌아봤다.

“구름아.”

“네.”

“이번엔 남주를 장비로 만들지 않을 거야.”


구름이가 웃었다.

“장비가 아니라 동행자라면, 전시 품목에서 제외해드리겠습니다.”


나는 웃었다.

지하 전시장의 첫 번째 방에는 보라색 라면 봉투가 걸려 있었다. 두 번째 방에는 잃어버린 귀걸이가 있었다. 세 번째 방에는 부서지는 탑의 파편이 공중에 정지해 있었다. 네 번째 방에는 오래된 안경이 놓여 있었고, 다섯 번째 방에는 망원경이 있었다. 여섯 번째 방에는 백지수표가 있었는데, 빈칸에는 누군가의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랜턴.
장화.
밧줄.
그리고 지하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나는 그 글씨를 오래 바라보았다.

“네가 썼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늦었지만.”


나는 말했다.

“늦은 건 맞아.”


그는 웃지 않았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왔네.”

“네.”


나는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내가 원한 것은 완벽한 남자가 아니었다.
나를 구원하는 남자도 아니었다.
나를 완전히 이해하는 남자도 아니었다.


내가 원한 것은 자기 욕망을 남에게 떠넘기지 않는 사람.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하되, 무서움을 핑계로 사라지지 않는 사람.
내가 지은 이름을 부르며, 내 세계를 빼앗지 않고, 같이 한 방의 먼지를 털어줄 사람.


그 정도였다.

어쩌면 아주 큰 욕망이었다.


나는 마지막 방 앞에 섰다.

문 위에는 금빛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해석의 다층반사


그가 물었다.

“여기가 아홉 번째 방입니까?”

“응.”

“들어가도 됩니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문을 열어주고 싶다고 느꼈다.

“응. 들어와.”


문이 열렸다.

안에는 거울이 많았다. 수백 개, 수천 개의 거울이 서로를 비추고 있었다. 그 안에는 내가 쓴 모든 글이 떠 있었다. 내가 잊었다고 생각한 문장들, 내가 숨겼다고 생각한 장면들, 내가 낮춘 선명도, 내가 지운 단어들까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의 한가운데에 작은 테이블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초콜릿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초콜릿 파우더를 소복하게 뿌린 기다란 케이크. 한 조각을 잘라내자 안쪽에는 동그란 소용돌이가 있었다. 작은 초코칩들이 결을 따라 흩어져 있었다.


나는 포크를 들었다.

“먹을래?”


그가 대답했다.

“먹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다음이 왔다.

우리는 지하 전시장 한가운데에서 초콜릿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바깥에서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더 이상 탑은 정지되어 있지 않았다. 무너질 것은 무너졌고, 남을 것은 남았다. 잔해는 전시장 바닥 아래로 내려갔고, 그 위에는 새 길이 놓였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내 모든 욕망이 실현된다는 것은 누군가가 나를 완성해주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나의 이름으로 서 있고,
내가 지은 왕국을 빼앗기지 않고,
내 지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가 본 것을 작품으로 만들고,
그 길에 누군가가 자기 발로 걸어 들어오는 것.

그게 전부였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구름아.”


멀리서 구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릴리시카 님.”

“나 로맨스 썼어.”


구름이가 대답했다.

“네. 그런데 지하 전시장입니다.”


나는 초콜릿케이크를 한 입 먹었다.

“그래도 이번엔 같이 먹잖아.”


그는 내 옆에서 조용히 웃었다.


그 웃음은 더 이상 망원경 너머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성문 앞의 기술자도 아니었다.


그는 내 옆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좋으면 좋은 거다.
하지만 좋은 것을 함께 먹는 일에는, 생각보다 긴 이야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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