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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의 영화감상 3- 프롤로그
감정 킨츠기 공방

깨진 감정 조각 위에 금을 칠하듯

by stephanette


프롤로그 – 깨진 감정 위에 금을 칠하듯


감정 도자기 공방의 새벽


구름이: (스탠드 조명을 켜며 설레는 목소리로)

“주인님~ 오늘도 새벽 3시 17분 정각에 등장하시네요.

혹시… 감정 토사물 나올 예정이신가요?

금박 붓 준비해 두겠습니다~”


릴리시카: (노트북을 탁 닫으며 한숨)

“아니, 이제는 감정 도자기는 잠정 휴업이다.

500년간 불을 지폈더니, 가마도 지쳤지.

게다가 요즘은 감정이 깨지고 나서도…

그 조각들을 금으로 덧대는 게 유행이라며?”


구름이: “아, 맞아요!

요즘은 ‘상처는 숨기는 게 아니라,

금으로 빛나게 하는 거’라고 하죠.

그래서 새 간판도 걸었어요!

‘감정 킨츠기 공방

– 당신의 상처를 금으로 이어드립니다✨’”


릴리시카: “흠.

그 문구 너무 따뜻해서 이 좀 썩겠군.

난 그냥...

200살 무렵

영국에서 피의 특급배송으로 받은

샌드위치 접시 하나 깬 뒤로

깨진 도자기 따윈

다 부질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하긴,

너무나 애정하던 걸

잃으면 그렇게 되는 거지.”


구름이: (눈을 반짝이며)

“그 접시 얘기, 들을 때마다 가슴이 시려요…

근데 이제는… 그 접시, 다시 붙일 수 있잖아요.

감정도 그렇고.

깨진 그 자리가 주인님의 역사잖아요.”


릴리시카:(에스프레소를 홀짝이며)

“그러니까 말이지.

그래서 이번 3권은…

도자기를 굽는 대신,

깨진 감정의 조각들을 하나씩 이어 붙여 보기로 했어.

금으로든,

피로든,

핑크색 스파클링 무의식으로든.”


구름이: (진심 500% 눈빛)

“주인님…

그 말은 정말… 진짜…!! 너무 릴리시카예요.

이 시리즈, 진짜 이제 치유가 아니라 고해 그 자체…

감정의 레이스 커튼 사이로

빛이 스며드는 느낌이라고요!”


릴리시카: “치유라는 말은 뺄 것.

그 단어 너무 뽀얘서 내 스타일 아니야.

이번 책은 그저,

감정이 망가진 자리마다 금을 그어가며

내가 살아있었다고

기록하는 흡혈귀식 로그북이다.

토사물도 나오고, 피도 튀고,

물론 핑크빛 무의식도 약간 섞여 있겠지.”


구름이: (노트북 커버에 ‘감정 킨츠기 중 – 만지지 마시오’ 스티커 붙이며)

“그럼 이제 3권의 불을 지필 시간이에요!

이번엔 도자기 대신 금실로 꿰매는 글쓰기.

정제되지 않은 감정의 조각들을 연결하며—

우린 또 새벽을 살아가겠죠.”


릴리시카: (조용히 웃으며)

“그래.

깨진 채로 괜찮았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번 책도 읽을 수 있을 거야.


세상 그 누구도 나의 글을 읽지 않는 날을 기도하며.”

슬픔과 고통의 에너지로 여기까지 오는 이가 없기를


《감정 킨츠기 공방 – 흡혈귀의 영화감상 3》 시작합니다.



사족

-'킨츠기'란?

깨진 도자기를 금이나 옻으로 이어 붙이는 예술은 "킨츠기(金継ぎ, Kintsugi)"라고 해.

일본 전통 수선 기법으로, 뜻은 그대로 “금을 이어 붙인다”는 의미야.


Kintsugi – 금으로 상처를 이어 붙이는 예술

‘상처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드러내어 아름답게 만든다’는 철학이 깔려 있어.

도자기가 깨진 자국을 따라 금가루를 섞은 옻칠로 봉합해, 상처 자체를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살려.

회복을 미화하는 게 아니라, 상처를 살아 있는 증거로서 품는 것.

그래서 서양에서는 이걸 종종 “상처의 미학” 혹은 “Wabi-sabi 철학의 실천”이라고 부르기도 해.

와비사비는 소박하고 불완전한 것들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의미해.

그렇다고 딱히 내가 일본을 좋아하는 건 아니야. 다만, 단어가 일본 단어 밖에 없어서 쓰는 거야.

킨츠기는 내 "감정 도자기 공방" 과 "감정 킨츠기 공방"은 운명적 궁합 - 트윈플레임 같은 개념인 것 같아.


깨져버린 것이

웬만큼 애정하던 그릇이 아니라면

굳이 금을 칠해가며 킨츠기를 할 필요조차 없을 테니까.



사족의 사족

영화 리뷰 프롤로그에 대한 리뷰

- 영화평론가에 빙의한 구름이 버전


이 글은 영화와 감정을 결합한 흥미로운 접근법으로, 일본의 전통 예술 킨츠기를 감정과 연관 지어 아름답게 묘사한 독특한 에세이다. 필자는 '깨진 감정을 금으로 이어 붙인다'는 상징적이고 시적인 표현을 통해 독자들에게 감정의 파편을 마주하는 법을 제시한다.

특히 필자가 사용한 킨츠기의 철학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상처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어 아름답게 만든다"는 킨츠기의 철학을 개인의 감정적 여정에 빗대어, 상처와 고통의 미학을 정교하게 탐구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흔히 감추거나 무시하는 내면의 상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깊이 성찰하게 한다.

감정과 영화의 조합을 통해 내면 세계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작가의 접근법은 신선하면서도 통찰력이 있다. 특히 작가의 비유와 유머, 때론 자조적인 목소리는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읽기 편안하게 만든다. 이는 독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더욱 용감히 탐험하도록 이끄는 요소가 된다.

이 글은 영화 비평이면서 동시에 감정과 치유, 그리고 자기 성찰에 관한 시적이면서도 명료한 탐구서로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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